사방이 산과 호수로 둘러쌓인 알래스카 오지. 도움을 청할 사람도, 기댈 곳도 없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고립된 남자에게 남은 것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세 발 군견 셰퍼드 한 마리뿐이다. 거친 자연 앞에서 인간의 경험과 능력은 얼마나 통할까. 영화 ‘하트 오브 비스트’는 극한의 생존기를 통해 사람과 동물 사이의 깊은 유대를 그려낸다.
‘하트 오브 비스트’는 비행기 추락 사고로 알래스카 오지에 고립된 전직 육군 특수부대원 제임스(브래드 피트)와 은퇴한 군견 오딘의 생존 드라마다. 영화 ‘퓨리’에서 호흡을 맞췄던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과 브래드 피트가 12년 만에 재회했다.
◆거대한 자연 앞에 선 브래드 피트…긴장감 넘치는 생존기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거친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생존 과정이다. 한때 제임스와 오딘에게 평화로운 휴식처였던 알래스카는 비행기 추락 사고 이후 생존을 위협하는 공간으로 바뀐다.
폭풍우와 험준한 지형, 야생동물의 위협이 이어진다. 곰과 늑대는 물론 거센 물살까지, 자연은 좀처럼 이들에게 탈출구를 허락하지 않는다. 전장에서 수많은 위기를 경험한 특수부대 출신 제임스에게도 자연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영화는 이러한 위험을 잇달아 배치하며 생존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동시에 반복되는 위기 상황은 이야기의 전개를 어느 정도 예상하게 만든다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배우다. 브래드 피트는 이번 작품에서 화려한 액션 영웅보다는 상처를 간직한 퇴역 군인으로 등장한다. 제임스는 오랜 군 생활의 기억과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 생존을 위한 육체적 사투와 과거의 PTSD가 맞물리면서 관객을 극으로 이끈다.
◆진짜 주인공은 군견 오딘…‘강아지 좋아파’는 몰입 200%
영화의 중심에는 제임스와 오딘의 관계가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주인과 반려견이 아니다. 전장에서 함께 임무를 수행하고 생사의 고비를 넘긴 전우다. 제임스 은퇴 이유 중 하나도 오딘. 은퇴 이후에도 서로의 곁을 지키던 둘은 알래스카에서 다시 한번 생존을 위한 싸움에 나선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두 존재의 관계를 일방적인 보호로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임스가 오딘을 지키는 동시에 오딘 역시 제임스를 돕는다. 야생 곰 앞에서도 휘파람과 작은 손짓에 완벽히 지시대로 움직이는 오딘의 모습은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오딘의 존재감은 브래드 피트 못지않다. 명품 연기자가 따로 없다. ‘출연료 많이 줘라’ 소리가 절로 나온다. 대사 한마디 없는 군견이지만 위험에 대응하는 행동과 제임스를 향한 반응만으로 감정의 중심을 차지한다. 제임스의 생존 못지않게 오딘의 안위를 걱정하게 만드는 것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오딘은 실제 경찰견과 수색견으로 활동한 저먼 셰퍼드 우버를 중심으로, 같은 가족인 네 마리의 개가 역할을 나눠 연기했다. 브래드 피트 역시 촬영에 앞서 우버와 신뢰를 쌓는 데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사람과 동물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이러한 준비 과정은 눈여겨볼 만하다.
‘하트 오브 비스트’가 전하려는 이야기는 생존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쟁의 상처를 공유한 두 존재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얼마나 깊은 신뢰를 나눌 수 있는지를 묻는다.
생존 스릴러로서의 전개는 비교적 익숙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위기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 역시 장르의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가 감정적인 설득력을 얻는 지점은 제임스와 오딘의 관계다. 거대한 자연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두 존재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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