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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을 향한 비난, 왜 ‘집단 광기’가 됐나? [최정아의 연예It수다]

입력 : 2025-05-20 18:13:40 수정 : 2025-05-20 19: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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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인의 사생활과 고통 그리고 무엇보다 유족의 마음, 논란 당사자인 김수현 씨가 감당해야 될 몫들도 저희가 인간적으로 돌아봐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 김새론의 사망 이후 논란의 화살이 김수현을 향하고 있을 때다. 개그맨 권영찬과 유튜브채널 가세연이 고 김새론 유족의 입장을 대변하던 시기. 기자는 서울경찰청 기자회견 날 아침인 지난 3월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 말미에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사진 설명= 개그맨 권영찬, 법무법인 부유 부지석, 가세연 김세의 대표. 사진=김용학 기자

 

인터뷰 댓글창이 난리가 났다. 댓글 절반은 ‘김수현 대변만 하다 간다’, ‘김수현 걔는 감빵에 가야 한다’, ‘이 기자도 김새론 편드는 척 결국 김수현 지키기 발언’ 등으로 채워졌다.

 

지난 몇 달간 배우 김수현을 둘러싼 비난 여론은 ‘집단 광기’라는 표현 외엔 떠오르지 않는다.

 

고 김새론과 미성년자 시절 교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수현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유족 측이 한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 증거물은 모두 조작됐다”며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역풍만 맞았다.

 

한 공중파 방송국의 뉴스 영상 댓글창에 들어가봤다. 뻔뻔한 놈, 사과도 할 줄 모르는 놈이란다. 대중의 감정은 이미 결론에 도달해 있었다. 김수현은 사법기관에 관련한 증거들을 넘기겠다고 했다. 미성년 시절 교제가 맞다면 거짓말을 한 죄까지 덧붙여서 몇 배의 비난을 받을 거다. 그래야만 한다. 

 

그렇다면 증거는 조작됐다고 울부짖은 김수현을 향한 분노는 어쩌다 이토록 빠르게, 압도적으로 퍼졌을까. 그리고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사실보다 확신에 더 쉽게 기대게 되었을까. 이 글은 김수현 개인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려는 글이 아니다. 그를 둘러싼 집단적 정서가 어떻게 형성되고, 확산되고, 하나의 광기처럼 작동했는지를 생각해봤다.

 

김수현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이후 10여 년간 톱스타로 소비돼 왔다. 외모·연기력·흥행력·사생활 모든 부분에서 큰 흠결 없이 관리된 덕이다. 그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검증된 남자 연예인의 상징처럼 기능했다. 하지만 높이 쌓인 이미지일수록 무너뜨릴 때의 카타르시스는 크다. 김수현을 향한 비난에는 그를 무너뜨리며 쾌감을 느끼려는 심리가 있다. 독일어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는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을 말한다.

 

이번 사안의 가장 핵심적 프레임은 미성년자 교제 의혹이다. 윤리적 금기를 건드리는 내용은 ‘팩트 여부와 관계없이’ 대중을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반 윤리 프레임은 혐오와 도덕적 분노를 즉각적으로 유발한다. 이성적 판단보다 ‘먼저 화내는 자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구조를 만들게 된다. 그 결과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은 2차 가해로 간주되고, 어떤 반론도 허용되지 않는 심리적 단죄 상태가 형성된다.

 

김수현이 이 프레임의 타깃이 된 순간 그에 대한 무죄 추정은 무너졌다. ‘당신은 스스로 입증하지 않으면 유죄다’라는 감정법정이 시작된 것이다.

 

또 사건을 촉발시킨 유튜브 채널 가세연은 두 번의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을 불러모아 메시지, 사진 등을 공개했다. 뒤이어 또다른 사이버렉카 채널들이 대중의 분노와 혐오, 의혹을 재생산한다. 이보다 강력한 클릭 유도 키워드는 없다. 대중의 분노를 연료 삼아 콘텐츠를 확산시키고 사실처럼 보이는 의구심을 사실인 양 퍼뜨린다.

 

김수현의 기자회견이 전달되지 않은 건 그 말의 진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귀를 닫은 뒤였기 때문이다.

 

의혹은 무겁게, 해명은 가볍게 다뤄지는 사회다. 이번 사건은 김수현 개인의 문제로만 남지 않는다. 가짜뉴스를 방치하는 플랫폼, 클릭을 부추기는 알고리즘, 그리고 사실보다 확신에 먼저 반응하는 대중 심리까지 진실보다 분노가 빠른 시대다.

 

누군가를 향한 정의감이 과연 진실에 닿아 있었는가. 아니면 내 안의 분노를 투사할 대상이 필요했을 뿐인가. 우리는 때로 선을 믿는다며 폭력에 동참하고, 진실을 말한다며 왜곡을 공유한다. 책임 없는 분노는 결국 스스로에게 돌아온다.

 

이 시스템 속에서 다음 타깃은 누구일까. 자기 반성이 없으면 제2의 쯔양, 은현장, 김새론, 김수현은 또 나올 수 밖에 없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다음은 당신 혹은 당신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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