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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극장의 위기] 사라지는 영화관…불어닥친 적색 경보 ①

입력 : 2025-05-19 17:30:00 수정 : 2025-05-19 17: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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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산업 위축 배경 요인 복합적, 그중 가장 큰 이유는 OTT
관객 수 급감으로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 이어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객이 줄어든 극장 산업이 생존의 시험대에 올랐다. OTT의 성장과 높아진 가격 부담으로 인해 극장을 외면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폐점까지 이어지고 있다. 회복을 넘어 전환의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사진은 19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한산한 모습.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30대 직장인 김윤지 씨는 마지막으로 영화관을 찾은 게 1년 전이다. 친구들과 상영 시간을 일일이 맞추기도 귀찮고, 기다릴 필요 없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보는 게 훨씬 편하다. 큰 화면에 몰입하던 재미도 이런 시청의 편리함에 뒷전이 됐다. 2025년의 소비자에게 영화관은 더 이상 기본값이 아니다. 김씨는 “예고편은 보는데, 막상 보러 가진 않는다”면서 휴대폰 속의 한 OTT 플랫폼을 클릭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한국의 극장가는 어둠의 터널 속이다. 일시적인 침체가 아니다. 존재 이유를 되묻게 하는 생존의 갈림길에 몰렸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3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한 달 극장 전체 매출액은 620억원, 전체 관객 수는 644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매출액은 46.8%(546억원) 감소했고, 관객은 45%(526만명)나 급감했다. 1분기 전체 매출액은 20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6%(1014억원) 감소했고, 전체 관객 수는 2082만명으로 32.6%(1009만명)나 줄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억2000만명이 넘던 연간 극장 관객 수는 2023년 1억2000만명 선에 머물렀다. 아직 집계 전이지만 지난해는 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모두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극장은 폐점했고 매출 1위였던 CGV마저 일부 상영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OTT에 잡아먹힌 영화관

 

극장 산업이 빠르게 위축되는 배경엔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이유는 OTT의 급성장이다. 팬데믹 시기 넷플릭스·디즈니+·웨이브 등 다양한 플랫폼이 집 안에서 극장 수준의 콘텐츠를 제공했고, 이는 관객의 습관을 바꿔 놓았다. 이제 수요자는 대형 스크린보다 편안한 침대를, 팝콘보다 배달음식을 택한다.

 

내수 침체로 인해 얇아진 지갑도 한몫했다. 19일 용산아이파크몰 점을 방문한 박도엽 씨는 “가족과 영화관 나들이를 하면 기본 10만원은 지출된다는 생각에 방문 횟수를 줄였다”며 “평균 영화 티켓 가격이 1만5000원이라고 하면, 4인 티켓 가격만 6만원 정도다. 여기에 영화 관람 앞뒤로 식사나 팝콘 등 부대 비용을 생각하면 부담이 크다. 연극·영화 등 문화비부터 허리띠를 졸라맸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소비 심리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OTT로 시선을 돌리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경우 1만5000원이면 가족 4명이 한 달동안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가능하다. 한 번의 외출보다 한 달의 구독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진 이유다.

 

12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투자가 줄면, 영화도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관객 수 급감으로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실제로 볼 영화 자체가 없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순제작비 30억원 이상의 한국 상업영화는 소멸 중이다. 2019년 45편에서 2020년 25편, 2021년 17편으로 감소한 뒤 회복하지 못했다. 순제작비 30억원은 저예산 영화와 중·대예산 영화를 구분하는 기준선이다. 한국 영화의 제작 편수는 계속 줄고 있고, 대작은 연말연초나 명절 시즌에만 등장한다. 그 외 대부분의 시기는 블록버스터급 외화 몇 편이 숨통을 틔울 뿐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한국 영화 개봉 라인업은 전무한 수준이다. 팬데믹 이전 매년 40편 이상의 영화를 시장에 공급해온 5대 투자배급사(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NEW·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의 올해 전체 개봉작 수는 20여편 수준이다. 제작사들은 수익 회수가 불확실한 극장 개봉보다 OTT 공급 계약을 선호한다.

 

한 멀티플렉스(복수 스크린 영화관) 업계 관계자는 “과거 극장은 단순한 상영관이 아니라 영화산업의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유통 종속 구조로 전락할 위기”라고 토로했다.

 

◆생존 발버둥, 돌파구 마련이 시급

 

극장은 생존을 위해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CGV는 공연 실황 중계, 클래식 콘서트, 팬미팅 등 확장형 콘텐츠 상영을 확대하고 있고 롯데시네마는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인 무비플러팅(단체 소개팅)을 운영 중이다. 메가박스는 최근 전석 리클라이너관을 신설하며 프리미엄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아직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이 낮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에 따라 극장산업 회복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다시 거론된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소멸위기 극장 지원법’ 도입과 같은 직·간접적 지원책을 촉구하고 있다. 극장이 단순한 민간 산업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문화 기반이라는 점에서 공적 개입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일본은 문화청 예산을 통해 지역 영화관 리모델링과 소규모 상영 지원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영화관이 상영하는 예술영화 편수에 따라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물론 정부 지원만으로 이 위기를 넘을 순 없다. 바뀐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극장 자체의 새로운 전략이 시급하다. 콘텐츠 다변화, OTT와의 협업 모델, 독립·예술영화의 상영 확대, 청소년·시니어 대상 영화 교육 등 오프라인 극장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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