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보는 장사 안하시도록!”
프로야구 SSG의 이번 스토브리그는 현상 유지 쪽에 가깝다. 최정(4년 110억), 노경은(2+1년 25억) 등 집토끼를 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트레이드를 통해 우완 파이어볼러 김민을 품었다. 이를 위해 애지중지 키우던 좌완 선발 자원 오원석까지 내줬다. 기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민은 “야구하면서 이렇게 기대를 받는 게 처음인 것 같다”면서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처음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을 땐 농담인 줄 알았다. 김민은 1차 지명 출신이다. 유신고 졸업 후 2018년 KT 유니폼을 입었다. 150㎞대 강속구를 가진 만큼 입단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자리를 잡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소형준, 박영현 등 걸출한 후배들이 들어오면서 보직이 계속 바뀐 것. 지난 시즌 71경기서 8승4패 21홀드 평균자책점 4.31 등을 올리며 다시 변곡점을 만들었다. 이강철 KT 감독에게 “너무 한 것 아니냐”고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새로운 출발이다. SSG는 김민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트레이드 자체도 SSG 쪽에서 먼저 제안했다. 기본적으로 선발, 불펜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포스트시즌(PS) 무대도 밟은 바 있다.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부터 한국시리즈(KS)까지 모두 뛰어 봤다. 구위 또한 인상적이다. 강력한 투심 패스트볼과 완성도 높은 슬라이더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군필자인데다 몸 상태도 좋은 편이다. 프로 데뷔 후 눈에 띄는 부상 혹은 수술 이력이 없다.
일단 SSG는 중간계투로 보고 있다. 지난 시즌 SSG는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했다. KT와 사상 첫 5위 타이브레이크까지 치른 가운데 아쉽게 고개를 숙였다. 시즌 내내 불펜 쪽 고민이 컸다. 지난해 SSG 불펜진 평균자책점 5.25로, 리그 7위였다. 기존 필승조인 노경은, 조병현과 함께 경기 후반부를 책임져준다면 ‘지키는 야구’가 가능하다. 김민은 “지난해 노경은 선배님이 굉장히 많이 던지셨더라. 나눠서 던진다면 성적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끄덕였다.
마음가짐도 다부지다. “사실 KT에선 주축 선수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매년 트레이드 얘기가 나왔다”고 운을 뗀 김민은 “인천(SSG 연고지)에서 정착하고 싶다. 부상 없이, 잘 던져야 청라(2028년 돔 개장 예정)까지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우승을 향한 꿈도 내비쳤다. 아직 우승 반지가 없다. KT가 통합우승을 일군 2021년, 군 복무에 한창이었다. 김민은 “SSG는 항상 강한 팀이라 생각했다. 손해 보는 장사 안하시도록 하겠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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