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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11-03 13:12:19, 수정 2019-11-03 13:12:18

    [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베이비메탈 바라보는 日의 ‘기묘한’ 시선

    •  한국대중음악계 대표적 ‘국뽕’ 팀이 방탄소년단이라면, 일본대중음악계 ‘국뽕’은 베이비메탈(BABYMETAL)이 돼가고 있다. 2011년 데뷔한 메탈 댄스 유닛 말이다. 지난 10월 11일, 3년 6개월 만에 발표한 정규3집 ‘Metal Galaxy’(메탈 갤럭시)는 등장 즉시 빌보드 앨범차트 핫200에서 13위에 랭크됐다. 영국 앨범차트에서도 19위, 독일서도 18위다. 발매 당일 미국 로스엔젤리스 공연장 더 포럼에서 릴리즈 쇼를 갖고 1만7500석을 매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 미국 전역을 돌며 20회 공연하는 미국투어, 유럽 11개국에서 17회 공연하는 유럽투어 등이 예정돼있다.

       

       한국선 빌보드 핫200에서 방탄소년단이 꾸준히 1위를 기록하고, 이제 SM엔터테인먼트의 슈퍼엠까지 1위를 차지해 베이비메탈 성과가 일본대중음악계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감이 잘 안 올 수 있다. 엄밀히 말해 1963년 사카모토 큐가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한 이래 50여년 만에 최고 성과다. 그동안 핑크레이디, 라우드니스, 마츠다 세이코, 우타다 히카루 등이 계속 미국시장 진출을 노크해왔지만 모두 베이비메탈의 이번 차트 성과엔 못 미쳤다.

       

       그런데 이런 베이비메탈을 바라보는 일본미디어 입장은 다소 기묘하다. 대략 ‘어떻게 취급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차원이다. 사실 베이비메탈은 이미 2016년 정도부턴 일본의 유일한 세계적 팀이었다. 당시 두 번째 정규앨범이 빌보드 핫200 39위로 랭크되며 ‘핑크레이디 이래 37년 만의 빌보드 톱40 진입’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그야말로 뉴스보도 차원에서만 거론됐다. 그런 분위기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뉴스 중심으로만 다뤄지는 팀이다. 베이비메탈 자체가 미디어 노출을 꺼리는 것도 있지만, 미디어도 이들을 다른 어떤 식으로 써먹을지 관심을 잃은 듯 보인다.

       

       그래서인지 베이비메탈의 일본 내 성적들은 다소 심심하다. 오리콘 차트 기준으로 싱글 최고기록이 위클리 4위, 앨범 최고기록은 이번 정규3집의 위클리 3위다. 장르 자체가 메탈로 대중성이 떨어진단 한계가 있긴 하지만, K팝 아이돌도 어렵지 않게 오리콘 3위권 내 드는 광경을 무수히 지켜봐온 감각으론 확실히 신기한 수준이다. 미국 대표 토크쇼 중 하나인 NBC ‘더 레이트 쇼’에 음악 게스트로 출연하기까지 했던 팀으로선 더더욱 그렇다.

       

       이처럼 기묘한 광경의 원인은 크게 둘이다. 먼저, 베이비메탈은 애초 키치즘으로 해외에서 주목받은 팀이란 점이다. 그 키치즘 방향은 일본대중문화계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참 기이할 뿐이다. 족족 해외성과를 내는 국내 아이돌들이 국내에서도 메인스트림으로 여겨진단 점과 크게 다르다. 이런 경우 해외성과 홍보가 바로 국내시장 성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베이비메탈이건 ‘PPAP’의 피코타로건 키치즘으로 해외에 어필한 아티스트들은 그게 쉽지 않다. 가장 비슷한 국내 사례로, 일본서 무도관 공연까지 했던 이박사 경우를 생각해보면 쉽다. 키치즘은 마니아층은 생성시켜도 메인스트림에서 받아들이기란 늘 어렵다.

       

       또 다른 원인으론, 일본대중문화계에선 언제부턴가 해외성과와 국내 흐름 사이 갭이 크게 벌어졌단 점이 있다. 사실상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수준이다. 대표적 예가 왕가위, 장예모와 함께 1990년대 아시아 영화계 3대 글로벌 감독으로 군림했던 기타노 다케시 경우다. 충분히 상업적 가능성 있는 영화들을 내놓았음에도 1990년대 내내 흥행 차원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이 없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타이틀까지 쥐고서도 그랬다. ‘본래’ 일본인들에 친숙한 ‘자토이치’ 리메이크까지 가서야 처음 흥행성공이 터졌을 정도다.

       

       이 같은 분위기는 1970~80년대와는 전혀 딴 판이다. 당시만 해도 구로사와 아키라나 YMO 등 해외에서 성과를 낸 아티스트들은 일본 내 반응도 좋았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갑자기 분위기가 자폐적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이에 대해선 버블경제 붕괴 탓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속수무책 경제 붕괴 상황에서 글로벌 지향 대중 감수성도 함께 무너져 문화 흐름 역시 자폐화 돼버렸단 얘기다. 그렇게 기타노 다케시도 피치카토 파이브도 모두 메인스트림에서 무시당하고 해외 트렌드와의 단절도 가속화돼 문화적 갈라파고스에 이르렀단 순서다.

       

       그렇게 베이비메탈까지 온 지금, 일본대중문화계는 실로 기묘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년 전부터 지속돼온 일이지만, 어찌됐건 ‘국뽕’은 ‘국뽕’대로 즐기곤 싶어 한다. 그러나 언급했듯, 뉴스보도 차원으로나 열렬히 소화될 뿐 그 ‘국뽕’이 실제 업계에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진 못한다. 그동안 문화적 갈라파고스를 막아 세울 동력 자체가 휘발돼버렸기 때문이다. 베이비메탈 등이 앞으로 더 대단한 성과를 업고 오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지도만 높은 공연중심 마니아용 팀으로만 남게 될 뿐이다.

       

       여기서 한국 상황을 돌아보자. 한류의 근본동력은 ‘변화’에 민감한 극단적 트렌드성이란 해석이 많다. 그런데 그런 트렌드성도 사실상 내수시장이 제대로 반응해줄 때나 지속가능한 것이다. 즉 상업적 기반이 돼줄 내수시장 대중 자체가 변화를 즐기고 유행에 적극적인 모습일 때나 유지될 수 있는 흐름이란 얘기다. 내수시장 분위기가 자폐적으로 흐르면 거기서 동력을 얻어야 할 문화산업도 같은 모습으로 돌변하고 만다.

       

       물론 아직까진 염려할 일이 못된다. 어찌됐건 방탄소년단이 국내 최고 아이돌로 자리 잡고, ‘기생충’이 1000만 영화로 등극하는 환경이다. 그렇게 글로벌에 민감한 대중 분위기가 지금의 글로벌 한류를 만들어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향후 다가올 수 있는 경제 불황에도 굳건히 고수될 수 있길 기대한다. 그게 아니라면, 베이비메탈을 둔 일본처럼, 모처럼 글로벌 기회가 찾아와도 이를 어떻게 소화해 그 열매를 나눌지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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