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상상마당 18년째 지원
65개 팀 발굴한 인디신 버팀목
홍대 이어 논산·춘천 등도 운영
“신진 아티스트 발굴·육성 모색
2013년 ‘밴드 디스커버리’ 명명
데뷔 7년 미만 뮤지션에 지원
음악 색깔· 발전 가능성에 주목
뮤지션과 시너지 낼지도 평가
앨범 제작 지원에 공연 기회도
윤마치·지소쿠리클럽 등 배출
일부 대중적 아티스트로 성장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 앞장”
인기 밴드 윤마치·더베인·지소쿠리클럽·심아일랜드. 활동 색깔은 서로 다르지만 KT&G 상상마당 ‘밴드 디스커버리’의 주요 선정 뮤지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007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무대에 설 기회가 부족한 신인 뮤지션을 발굴해 음반 제작과 공연 기회를 지원해왔다. 올해 18회를 맞은 밴드 디스커버리에는 지금까지 약 4000개 팀이 지원했고 65개 팀이 최종 선정됐다.
매년 10월 셋째 주 토요일은 문화의 날이다. 국민의 문화 의식과 이해를 높이고 문화 활동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정됐다. 문화예술의 다양성을 지키려면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창작자가 작품을 완성하고 관객을 만날 기회도 필요하다. 공연장과 제작 지원, 지역 문화공간 운영으로 이런 기회를 만들어온 기업도 있다.
KT&G가 대표적이다. 복합문화예술공간 상상마당을 통해 인디 신에서 신인 뮤지션이 자신의 음악을 발표하고 관객을 만날 무대를 꾸준히 마련해왔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김천범 KT&G 공연담당 파트장에게 인디 음악 지원의 의미와 최근 밴드 신의 흐름을 들었다.
-KT&G가 신진 예술가와 비주류 문화예술에 주목해온 배경은 무엇인가.
“문화예술은 특별한 사람만 누리는 게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작은 2005년 문을 연 온라인 상상마당이다. 이곳은 누구나 작품을 출품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후 예술가와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홍대에 오프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다. 상상마당은 이 취지를 이어 공연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하고 있다.
음악 지원사업은 소외된 신진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한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분야는 이미 큰 관심과 수익을 얻고 있고 아티스트가 원하는 활동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적다.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비주류 예술가에게는 꿈을 펼치고 가치를 인정받을 기회가 필요하다. 상상마당을 통해 신진 예술가의 활동을 지원하고 대중에게는 폭넓은 문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밴드 디스커버리는 초창기 ‘밴드 인큐베이팅’으로 시작했다. 프로그램을 만들 당시 어떤 필요를 봤나.
“역량이 있어도 무대에 설 기회가 부족한 신진 뮤지션을 발굴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 등용문이 필요하다고 봤다. 밴드 인큐베이팅으로 시작한 사업을 2013년 밴드 디스커버리로 바꿨다. 이와 함께 지원 대상은 데뷔 7년 미만의 뮤지션으로 좁혀 사업의 집중도를 높였다. 공개경연 형식은 유지하면서 선정팀에게 돌아가는 상금과 혜택도 보완해왔다.”
-올해는 331개 팀이 지원했다. 최근 지원팀의 음악과 활동에서 어떤 변화를 느끼나. 이른바 ‘밴드 붐’이 왔다고 보나.
“최근 홍대 인디신에서는 록이나 펑크를 주로 하는 밴드가 많고, 밴드 디스커버리가 ‘밴드 경연대회’로 알려지면서 지원팀 중 밴드의 비율도 높다. 지원팀들의 실력과 공연 완성도가 매년 높아지는 것도 체감한다. 어느 쪽이 먼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잔나비·한로로·실리카겔 등 인디 뮤지션이 메이저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밴드 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페스티벌도 올해만큼 규모와 장르가 다양해진 적이 없다고 느낀다. 이런 흐름을 보면 이제는 밴드 붐이 왔다고 생각한다.”
-지원자를 평가할 때 음악적 완성도와 대중성, 성장 가능성 가운데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나.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과 그것을 발전시켜 나갈 가능성이다. 음악적 완성도는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완성된 음악을 들려주는 것만으로 뮤지션의 잠재력을 모두 판단할 수는 없다.
대중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현재 인지도나 유행에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아니다. 자신만의 음악적 개성을 구축했는지, 앞으로 구축할 가능성이 있는지와 지속적으로 활동하려는 의지를 살핀다.
다른 곳에서 많이 노출된 뮤지션인지보다 KT&G의 지원이 필요한지, 지원이 뮤지션과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평가한다. 현장경연인 만큼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나 음원의 화제성보다 당일 퍼포먼스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신인 뮤지션이 음악 시장에서 활동을 이어가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시나.
“한 가지 지원만으로 음악 시장에 자리 잡기는 어렵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음악을 완성할 기회를 얻고, 완성된 음악을 관객에게 선보일 무대가 이어져야 한다. 밴드 디스커버리는 상금과 앨범 제작 지원에 공연 기회를 연계하고 있다.
앨범이나 뮤직비디오 제작, 단독 공연, 상상실현 페스티벌과 라이브클럽 무대 등으로 지원의 폭을 넓혀온 것도 이 때문이다. 뮤지션에게 무대 경험은 성장의 큰 발판이다. 지원사업이 끝난 뒤에도 스스로 창작과 공연을 이어갈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그램을 거쳐 간 뮤지션 가운데 활동을 이어가는 사례와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윤마치(MRCH), 지소쿠리클럽, 극동아시아타이거즈 등이 밴드 디스커버리를 통해 소개된 뒤에도 공연을 이어온 뮤지션이다. 지원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팀이 자신만의 음악을 발전시키고 무대 경험을 쌓으며, 일부는 대중적으로도 주목받는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모든 뮤지션이 같은 경로를 밟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창작하고 활동할 수 있는 음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정팀의 외부 공연은 개인 시간을 내서라도 최대한 보러 간다. 밴드 디스커버리에서 풋풋했던 팀이 성장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뿌듯하다. 공연이 끝난 뒤 ‘KT&G 상상마당 덕분이다’라는 인사를 들을 때도 기억에 남는다. 무대 위 결과만큼 그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선정 이후에도 뮤지션과 교류하거나 후속 활동을 지원하나.
“라이브클럽데이와 상상실현 페스티벌, 상상마당 기획 공연 등을 통해 음악 활동과 공연으로 이어질 접점을 마련하고 있다. 상상마당의 공연·제작 지원사업을 통해 비주류 문화예술인의 창작과 발표, 교류를 지원하고 뮤지션들끼리 만날 기회도 만들어왔다. 국내에 매스록을 알리기 시작한 밴드 코토바와 극동아시아타이거즈처럼 상상마당과 인연을 맺은 뒤에도 공연 기회를 이어가는 팀들이 있다. 신인 뮤지션에게는 처음 무대에 서는 기회만큼이나, 그 뒤에도 관객을 만나고 음악을 발전시킬 기회가 필요하다.”
-상상마당은 홍대 외에 논산·춘천·대치·부산에도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공간과 올해 시작한 ‘청춘비상’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하나.
“인프라와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창작·공연 공간이 부족한 지역 예술가에게는 창작과 발표의 기회를, 주민에게는 폭넓은 문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상상마당은 홍대뿐 아니라 논산·춘천·대치·부산까지 5곳에서 문화예술 저변 확대와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해왔다.
올해 첫 선을 보인 청춘비상은 뮤지션을 꿈꾸는 대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밴드 디스커버리가 자신만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아티스트를 위한 사업이라면, 청춘비상은 음악을 시작하는 대학생에게 무대 경험을 쌓고 꿈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한다. 음악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시기까지 성장 주기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끝으로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신인 뮤지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다른 사람의 속도나 기준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꾸준히 고민했으면 한다. 자신만의 음악을 계속 만들고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는 경험도 소중하다. 밴드 디스커버리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문화예술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장에서 이미 주목받는 분야뿐 아니라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가 가능성을 실험하고 작품을 선보일 기회도 있어야 한다. 신진 예술가에게는 재정 지원뿐 아니라 작품을 발표할 공간, 관객과 만날 기회, 다음 활동으로 이어질 경험이 중요하다. 기업은 보유한 공간과 콘텐츠, 운영 역량을 활용해 예술가와 관객을 연결할 수 있다. 단기간의 성과에 그치기보다 예술가와 관객,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할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문화예술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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