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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거제 야호” 리센느, 자체콘텐츠의 기적

입력 : 2026-06-01 09:29:02 수정 : 2026-06-01 10: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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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어찌 됐든 ‘언더독’ 서사를 즐긴다. 처지에 쉽게 이입할 수 있고, 자아를 의탁해 편승하며 대리만족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대 이르러선 자연스럽게 대중문화가 이 ‘언더독’ 서사를 상품화해 그 중심 배경지가 됐다. 분야 어느 업계든 관련 사례들이 때 되면 꾸준히 튀어나온다. 그중 K팝 업계에서 가장 최근 사례는 걸그룹 리센느로 낙점됐다.

 

순서를 따져보면 이렇다. 2024년 3월 데뷔했지만 활동 2년 가깝도록 무명에 가까운 리센느의 리더 원이가 지난 2월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다. 케이카의 유튜브 홍보 예능 콘텐츠 ‘나의 연수 아저씨’에 반년 넘게 출연하며 어느 정도 쌓인 인지도 기반이다. 그러다 3월 일본인 멤버 미나미와 함께 출연한 회차에서 일본 갸루로 분한 미나미 캐릭터와 그의 “거제 야호” 멘트가 부조리 유머를 즐기는 온라인 대중에 노출돼 화제로 떠올랐다. 또 다른 멤버 제나와 함께 내놓은 경상도 방언 콘텐트 역시 화제를 모으며 채널 자체가 트렌드로 거듭났다.

 

일단 자체 콘텐츠 붐 진원지인 원이 개인 유튜브 채널은 개설 4개월 조금 못 미치던 5월26일 구독자 수 39만2000여명을 넘기며 그룹 리센느 공식 유튜브 계정 구독자 수를 추월하는 신기한 상황을 연출했다. 5월30일 현재까진 구독자 50만 명도 돌파. 5월4일 10만 구독자를 돌파한 이래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그 5배 달성에 성공한 셈이다.

 

각 영상 조회수는 더 대단하다. 3개월여 동안 15개 영상 중 100만 뷰 이상이 9개, 그중 200만 뷰 이상도 4개나 된다. 더군다나 리센느는 아직 해외 팬이 크게 성립된 팀도 아니다. 거의 국내 관심도만으로 자체 콘텐츠 조회수가 이 정도에 이른 K팝 채널은 또 찾아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이 모든 난리법석이 불과 2개월여 만에 일어났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니 리센느 본업 부문인 음악 활동 성과도 큰 분기점을 맞았다. 일단 대표곡으로 불리던 미니1집 타이틀곡 ‘Love Attack’ 음원이 역주행해 5월28일부로 멜론 일간차트에 재진입했고, 29일엔 86위까지 올랐다. 대중 유행 지표로서 더 선명한 유튜브뮤직 차트에선 흐름이 한층 극적이다. 5월8~14일 주간 차트에서 한꺼번에 56계단 뛰어올라 56위에 랭크 된 후 5월15~21일 차트에선 다시 27계단 뛰어 29위, 최신 5월22~28일 차트에선 11위다.

 

물론 이른바 ‘대중성의 여돌’이 ‘대중픽’으로서 음원 차트 역주행을 일으키는 일은 지난 10여 년 동안 심심찮게 벌어져 왔다. 2014년 EXID의 ‘위아래’ 역주행으로 시작해 2020년대에도 브레이브걸스 ‘롤린’, 하이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등 기억에 남는 사례들이 많다. 그런데 리센느 사례는 그중에서도 또 독특하다.

 

먼저, 위 사례들은 어디까지나 음악 활동 관련으로 대중의 관심을 불러모은 역주행이었다. EXID는 행사 직캠 영상, 브레이브걸스도 군부대 공연 편집 영상이 반등 초석이 됐고, 하이키 역시 가사를 포함한 노래 자체가 서서히 호응을 얻어 역주행에 이르렀다. 그런데 리센느는 자체 콘텐츠가 진원지다. 정확히는 자체 콘텐츠 속 콘셉트와 발언이 밈으로 소화되며 멤버들 개개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영상 대박과 음원 역주행으로 거듭났다. 또 있다. 자체 콘텐츠의 승리란 식으로 이해되곤 있지만, 갸루라든가 사투리라든가 과거 다른 팀들도 안 해본 게 아닌, 나름 평범하다면 평범한 소재였단 점이다. 결국 소재 혹은 콘셉트 자체의 특별함이라기보다 멤버들 개개인 매력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봐야 하고, 더 근본적으론 어찌 됐든 메인스트림 K팝 씬은 늘 새 얼굴, 새로운 개성을 지닌 이들을 필요로 한단 얘기가 되겠다. 깔끔하게 갈고 닦인 대형기획사 아이돌의 잘 제어된 면면보다 어딘지 거친 측면은 있어도 보다 진솔해 보이는 중소기획사 아이돌 특유 면면이 어필한 것이라 생각해볼 수도 있다.

 

끝으로, 역주행 선두에 나선 대표곡 ‘Love Attack’은 사실 이미 한 번 역주행 전력이 있는 곡이란 점을 들어야 한다. 곡이 발매된 지 6개월 지난 지난해 2월 미니앨범 2집 발매와 함께 ‘Love Attack’도 역주행을 시작해 멜론 일간차트 65위까지 올랐다. 엄밀히 이번 2차 역주행 에서 지금까지 최고 성적보다도 높은 순위에 올랐었단 얘기다. 그런데 당시엔 이렇다 하게 화제되지 않은 역주행 성과가 이번엔 사실상 K팝계 최대 화젯거리로 거듭나고 있단 것.

 

당시가 팬덤형 구도에서 코어팬덤이 확장되던 시점에 함께 벌어진 역주행이었다면, 이번은 대중형 ‘대중픽’으로 이뤄진 역주행이란 점에서 그 차이를 찾을 수 있겠다. 사실 팬덤형 차원에서 리센느는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던 팀이고, 그렇게 지난해 11월 미니앨범 3집에선 피지컬 음반 초동 10만 장까지 돌파하는 쾌거를 거뒀었다. 그동안에도 절대 수면 아래서 기회를 못 잡던 팀은 아니었단 얘기다. 다만 전형적인 팬덤형 성장을 보이리라 예상되던 팀이 뜻밖의 계기를 만나 대중형으로 거듭나며 대중적 화제성이 사상 처음 크게 튀어 올랐단 순서다.

 

그런데 또 하필 그 대중형 성장의 계기는 팬덤형 구축 근간으로 불리는 자체 콘텐츠의 대박 인기다. 뭔가 전형성에서 벗어난 부분이 너무 많고, 그만큼 다분히 복잡한 성공 사례가 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과거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단 반응도 이런 특이한 면면 탓이 크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중소기획사 걸그룹의 음원 역주행이 신드롬화 되는 시점은 K팝 업계 자체가 대형기획사 위주로 단단히 재편되는 변곡점들과 정확히 맞물린단 점이다. EXID는 이른 바 ‘3대 기획사 체제’가 성립되던 시점에 역주행으로 이슈화에 이르렀고, 브레이브걸스나 하이키, QWER 등은 이제 글로벌화된 K팝 씬에서 자본과 시너지 능력을 갖춘 대형기획사 팀들 아니면 살아남는 것 자체가 불가해지던 시점에 나온 반박 사례들로 이목을 끌었다. 이제 그 맥락이 자본과 기획력을 겸비한 대형기획사 전략무기처럼 여겨지던 자체 콘텐츠 차원에서 중소 기획사 틈입을 허용한 리센느 사례까지 이르렀다.

 

여기서 본질은 어쩌면, 적어도 2020년대 이르러서부턴, 모두가 글로벌을 향해 기획되고 조율되는 대형기획사 팀들과는 다른 중소기획사 노선, 즉 기본적으로 내수시장에 천착하는 팀들의 갖가지 면면들이 국내 대중 요구에 정확히 꽂히는 광경이라 볼 만도 하겠다. 발표하는 노래들 장르나 지향점도 그렇지만, 저 ‘사투리 콘텐츠’가 정확히 어필될 대상이 과연 누구일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향후 K팝 중소기획사 생존 전략 관련으로 ‘내수 지향 아이돌’ 개념이 활동 전방위 걸쳐 보편화되는 분수령으로서 작동하게 될 여지도 있겠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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