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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아그네스’ 윤석화, 영면에 들다…“불꽃같은 삶을 산 배우”

입력 : 2025-12-21 13:54:13 수정 : 2025-12-21 14: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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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해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한예극장 앞에서 열린 배우 고 윤석화의 노제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노제가 열린 한예극장의 전신인 정미소는 고인이 직접 운영했던 대학로 설치극장이다. = 뉴시스

배우 윤석화가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삶의 전부로 품고 반세기 가까이 한국 공연예술의 중심을 지켜온 고인은 동료와 후배의 애도 속에 마지막 길을 떠났다. 뜨거운 열정과 치열한 예술혼으로 수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관객과 호흡해온 예술인의 발자취는 대학로 곳곳에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고인은 지난 19일 뇌종양 투병 중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년 69세로 눈을 감았다. 영결식과 발인은 21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배우 겸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인 박상원이 조사를 낭독했다. 그는 “제작자, 편집인 그 누구보다도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누나 윤석화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1985년 이맘때쯤 뮤지컬 애니를 하면서 만났고, 열심히 하는 배우는 무척 사랑했던 그런 연극배우였다”며 “3년간의 투병, 아팠던 기억 다 버리고 아무 걱정 없이 저 하늘나라에서 객석도 다시 만들고, 정미소도 다시 만들어 연극, 뮤지컬의 세계와 마음껏 뛰어노셔라”라고 인사를 건넸다. 

 

발인을 마친 운구 행렬은 윤석화의 흔적이 가장 깊게 배어 있는 서울 대학로로 향했고, 2017~2020년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주관으로 한예극장 마당에서 노제가 진행됐다. 한예극장 마당은 고인이 2019년까지 직접 운영했던 설치극장 정미소가 있던 자리다. 추도사는 길해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이 낭독했다. 고인은 노제를 마친 뒤 장지인 용인 아너스톤에 안장됐다.

 

고인은 동료와 후배들의 작별 인사 속에 마지막 길을 떠났다. 배우 송일국, 황정민, 남경주, 박해수, 김호정, 홍지민, 이유라, 전수경을 비롯해 연극 연출가 신유청, 가수 김준과 이문세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아울러 정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배우로서 오랜 기간 공연예술계 발전에 기여한 고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문화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고인은 배우 활동과 더불어 연출가이자 설치극장 대표로서도 역할을 수행했으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연극계 발전에 다방면으로 기여했다”고 밝혔다.

배우 윤석화가 영면에 들었다. = 뉴시스

고인은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이후 신의 아그네스, 하나를 위한 노래, 프쉬케,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에 출연하며 연극계 대표 스타로 떠올랐다. 선배 박정자, 손숙과 함께 연극계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렸고, 이들은 2000년 연극 세 자매, 2022년 연극 햄릿에 동반 출연하며 꾸준한 활동과 우정을 보여줬다. 

 

특히 고인은 신의 아그네스를 통해 유명세를 얻었다. 존 필미어의 원작인 이 작품은 1982년 한국에서 초연됐고, 고인이 주인공 아그네스역과 함께 번역을 맡았다. 고인은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 여성동아대상 등을 받았다.

 

연극 외에도 뮤지컬 명성황후를 통해 1호 명성황후를 연기했으며, 1990년 커피 CF에 출연해 대사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제작에도 관심을 가져 1994년 자신의 이름 석화(石花)를 딴 돌꽃컴퍼니를 설립해 영화, 공연예술 월간지 등을 제작했다.

 

연극계에 헌신한 노고에 수상 이력도 많다. 고인은 생전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네 차례 받았고 여성동아대상, 서울연극제, 이해랑 연극상, 연출가협회 배우상 등을 수상했다. 또 문화관광부장관표창(2004)과 대통령표창(2005), 2009년 연극·무용부문에서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받았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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