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가을 커리어, 새롭게 쌓아나가야죠.”
우완 투수 임찬규(LG)가 마침내 포스트시즌(PS) 첫 선발승을 거머쥐었다.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의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2차전서 선발투수로 나섰다. 5⅓이닝 2실점(1자책)을 거두며 7-2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7개의 안타를 내주긴 했으나 볼넷은 단 하나도 없었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상금 100만원을 품었다. LG는 홈에서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맞추는 데 성공했다. 수원 원정길에 나선다.
유독 가을야구 기억이 좋지 않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PS 6경기서 1승1패 평균자책점 6.52에 그쳤다. 1승이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2020년 키움과의 와일드카드(WC) 결정전서 구원투수로 나서 빚은 승리다. 당시 1이닝 3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대목이다. 임찬규는 “(PS 첫 선발승까지) 14년이 걸렸다”면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침착하려 했다. 이제부터 새로운 가을 커리어를 쌓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올 시즌 가을야구 첫 등판. 그간의 평가가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미리 작아질 필요는 없었다. 쓰라린 기억을 오히려 ‘약’으로 승화시켰다. 임찬규가 포커스를 맞춘 부분은 ‘정규리그 때처럼’이다. 임찬규는 “경기 초반 구속이 잘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한복판으로 던진 공이 많더라. 4회부터 커맨드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를 포함해 (안타를) 맞으며 쌓인 과정들이 값진 도움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감도 챙겼다. 올 시즌 임찬규는 정규리그 25경기서 10승6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KT 상대로도 강한 면모를 자랑했다. 4경기에 등판해 패 없이 3승 평균자책점 2.70을 거뒀다. 선취점을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2~3회 각각 1점씩 허용한 후에도 안정적으로 피칭을 이어갔다. 임찬규는 “처음부터 한 점도 안 줄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빅이닝만 만들지 말자고 생각했다. 줄 것은 주되, 천천히, 최소 실점으로 버티고자 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혼자 이룬 열매는 아니다. 포수 박동원, 야수진 등 동료들과 마음을 모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임찬규는 유영찬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유영찬은 3일 부친상을 당했다. 임찬규 역시 시즌 도중 가족을 잃은 아픈 기억이 있다. 임찬규는 “(유)영찬이가 (발인 후) 바로 복귀를 했다. 큰일을 치르고 나서 오래도록 마음이 아플 것이다. 팀을 위해, 팬들을 위해, 또 가족을 위해 좋은 피칭을 해줘서 고맙다. 가족에게도 큰 위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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