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이기혁은 정경호 강원FC 감독과 마주 앉아 함께 새 시즌 목표를 세웠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AG) 출전. 당시만 해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꿈이었다. 반년이 지난 여름, 꿈은 모두 현실이 됐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나고야·아이치 AG 대표팀에 발탁됐다. 불과 몇 달 사이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수비수로 도약했다. 더 빠르게 발을 구른다. 가슴에 남은 월드컵의 아쉬움을 AG 금메달로 씻어내겠다고 주먹을 꽉 쥐었다.
이기혁은 “(감독님과 세웠던 목표를) 다 이뤄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동기부여가 생기다 보니까 훈련에 더 몰두하게 되고, 경기력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 기쁘다”면서도 “월드컵에 다녀온 뒤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지만, 여유가 자만심으로 바뀌면 안 된다. 목표를 전부 이루려면 한참 멀었다.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장세를 지켜본 정 감독의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했다. 그는 “막판에 뽑혀서 3경기를 다 뛰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지금보다는 미래가 더 밝다는 뜻”이라면서 “들뜨지 않고 더 잘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2000년생 이기혁은 수원FC와 제주SK를 거쳐 2024년 강원 유니폼을 입었다. 주전 자리를 꿰차며 2024시즌 리그 준우승,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 진출 등을 이끌었다. K리그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키워 결국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발탁은 깜짝이었으나, 활약은 깜짝이 아니었다.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첫 월드컵 무대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어 9월 열리는 AG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한국은 이번 AG에서 2014 인천 대회부터 이어진 남자 축구 4연패를 노린다. 이기혁은 “AG는 단순히 공을 잘 차는 것을 넘어 금메달을 향한 집념, 뚜렷한 목표를 바라보고 뛰면 결과는 자연스럽 따라온다고 들었다”며 “선수들과 다 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목표만 보고 달리겠다”고 말했다.
어깨가 무겁다. 월드컵에선 선배들을 따라갔으나, AG에선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 이기혁은 “월드컵 때는 (김)민재 형이 이끌어 주셨다. AG에선 내가 최후방에서 플레이할 거 같다. 전방을 보는 만큼 뒤에서 얘기하며 호흡을 맞추겠다”면서 “금메달을 따면 대표팀을 향한 여론도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팬들이 알아봐 주실 수 있도록 무조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근 화제가 됐던 ‘대표팀의 간절함’ 발언에 대해선 해명했다. 당시 이기혁은 “강원 선수들은 간절하게 열심히 뛴다. 대표팀 선수들 기량은 훨씬 더 위에 있기에 간절함을 합하면 더 좋은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고, 일각에선 비판이라 해석했다. 이에 대해 “누구와 누구를 비교한 건 아니었다”며 “좋은 선수들이니 아쉬운 마음에 간절하게 다 같이 뛰었으면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 거라는 말이었다. 모두가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고 얘기한 건데, 안 좋게 비쳐 속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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