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아티스트 60명이 치열하게 맞붙은 쿠팡플레이 예능 ‘저스트 메이크업’은 메이크업을 단순한 미용 기술이 아니라 예술로 확장시키는 성과를 이뤘다. 경연의 주인공들은 단순한 미용 기술자를 넘어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며 자신들의 비전과 역량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이들의 활약에 프로그램 또한 컨슈머인사이트 조사 결과 예능 시청 만족도 1위, 쿠팡플레이 인기작 5주 연속 1위에 이어 IMDb 평점 8.5점, 해외 7개국 OTT 순위 톱10 진입 등 뜨거운 글로벌 반응을 만끽했다. 메이크업 열풍의 중심에는 톱3 출연자 파리금손(김민), 손테일(손주희), 오 돌체비타(오현정)가 있다. 이들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단순한 메이크업을 넘어서 예술적 창작으로 접근해 디렉션 하는 역할까지 보여주며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입증했다.
예술로서의 메이크업을 재정의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출연자에게도 이번 방송 출연은 큰 변화를 안겼다. 프로그램 종영 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파리금손은 “그동안 항상 백스테이지에만 있었지만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난 뒤에는 저를 알아보는 사람도 생기고, 저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이 생기시는 것 같다. 고맙게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특히 우승 상금 3억원에 대해 “어디에 사용할지 생각 중이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유튜브 등 스스로를 정화시키는 브랜딩을 하고 싶어서 계획 중에 있다”고 상금 사용 계획을 귀띔했다.
손테일은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다 보니까 행복하고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어디 가면 너무 알아봐 주셔서 이제 좀 부담스럽더라”라고 웃었고 오 돌체비타도 “저도 브랜드 소속이다 보니까 제가 온전히 빛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저라는 사람이 주목을 받게 되니까 부담도 되고 남녀노소 와서 인사를 하신다”고 말했다.
이미 업계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참가자들이다. 파리금손은 프랑스에서 약 20년간 활동하며 해외에서 인정받는 경력을 갖고 있고 손테일은 무려 30년 경력을, 오 돌체비타는 나스 코리아 소속의 시니어 아티스트 겸 교육팀장 직책을 자랑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내 최초 뷰티 경연 프로그램에 굳이 출연할 이유가 무엇일까.
손테일은 “경력으로 보면 심사위원 아니냐는 얘기도 주변에서 많이 해주셨는데 저는 조금의 아쉬움이나 서운함은 전혀 없었다”며 “사실 스스로 작아진 상황이었다. ‘예전보다 발전하지 못하고 도태된 것 아닌가’ 생각이 들던 중에 섭외 제안이 들어왔다. 새롭게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자신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도마 위에 올라서 프로 아티스트끼리 방송을 통해 서로 경쟁을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확실히 있었다. 그래서 마음의 결정을 했는데도 (출연 결정을) 주저했다. ‘나가서 탈락하면 어떡하지’가 아니라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저한테 방송에 너무 잘 나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외국계 회사 나스를 다니고 있는 오 돌체비타도 고민이 깊었다. 그는 “못하면 저 혼자만 욕 먹는 게 아니고 회사 전체가 욕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파가 한국에만 있지 않을 테니까”라며 “외국 브랜드다 보니 승인을 받는 절차가 엄청 힘들었다. 어떻게든 회사에 설득을 했고 서바이벌이라고 해서 악의적인 건 전혀 없는 제작진이라고 믿었다. 회사의 컨펌을 받기 위해 자료 요청도 많이 했는데 제작진이 성실하게 잘해주셨다. 그래서 저도 의지를 불태웠고 상사들을 한 명씩 면담까지 하면서 극적으로 출연할 수 있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오 돌체비타는 “이 자리까지 노력을 해서 왔지만 내부적으로 나는 어떤 평가를 받는 사람일지 정말 궁금했다. 내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고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와 있는 사람인지 적나라하게 파헤쳐 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이만한 경험이 없겠다고 판단이 들어서 불굴의 의지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파리금손은 “제 작업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기회가 되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제작진 연락이 왔을 때 바로 오케이 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내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결국 떨어지더라도 내 것을 하고 떨어지자는 결심을 하고 출연 준비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저스트 메이크업’에서는 단순한 기술적 완성뿐 아니라 제한 시간 내 창의적인 표현까지 요구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경연이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예술적 감각과 순간적인 판단력까지 모두 갖춰야 했다.
손테일은 “살아 있는 대상의 피부와 얼굴을 만지면서 하는 예술은 메이크업밖에 없다. 상대방과 교감도 중요하고 서로 편안함 속에서 만족도도 있어야 한다. 마음이 닿는 예술”이라며 “너무나 의미 있는 작업이지만 한편으로는 리스크가 크다. 예상 밖의 모델이 나올 수도 있고 날에 따라서 모델의 컨디션이 바뀔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손테일은 고상우 작가의 그림 ‘카마데누’를 주제로 한 세미 파이널 미션에서 콘셉트에 맞는 모델을 찾기 위해 2주 가까이 공을 들였다. 해외 모델의 입국이 무산되는 등 섭외가 번번이 불발됐고 결국 촬영 3일 전에서야 모델이 최종 확정됐다. 그는 “메이크업이 살아 숨쉬는 예술이기 때문에 그래서 더 생동감 있고 재밌는 것 같다”고 웃었다.
파리금손은 “사람 대 사람으로 제일 가깝게 일할 수 있는 일이 메이크업이라고 생각한다. 모델을 처음 마주했을 때 마사지를 열심히 해준다. 모델의 컨디션이 안 좋으면 마사지 하나로 얼굴에 화색이 도는 걸 느낀다. 내가 하려는 메이크업에 결을 같이 할 수 있게끔 모델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한다”고 강조했다.
아티스트는 모두 자기만의 색깔과 철학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평생 끝낼 수 없는 고민이자 숙제지만 이번 경연은 치열함 속에서 나만의 철학에 대한 해답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과정이었다. 파리금손은 “메이크업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계를 두지 않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메이크업 플러스 아티스트다. 저는 아티스트로 조금 더 남고 싶다. 한계가 없는 영역에 메이크업을 들고 와서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 돌체비타는 “이번 경연을 통해 명확해진 것은 의미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섀도 등을 의미 없이 바르는 걸 원래 싫어한다. 이번 경연에서도 스토리텔링을 하다 보니까 이유 없이는 뭘 못하겠더라. 의미 없이 내가 무작정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람의 얼굴이 어디서 어떻게 아름다워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 안에서 메이크업을 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앞으로도 의미 있는 메이크업을 하자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과거부터 디테일하다는 말을 들었다는 손테일은 “저만의 콘셉트는 디테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로그램에 나와보니 ‘굳이 이렇게 디테일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때도 있었다. 어떤 주제에 갇힐 때가 있다”고 떠올렸다. 이어 “4라운드에서 그림 속 소를 사람으로 표현하고자 아주 디테일한 표현을 했지만 퍼스트맨이나 오 돌체 비타는 전혀 다른 느낌을 구현해냈다. 저는 그 자체를 자꾸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며 “다른 분들이 풀어낸 것들을 보면서 나만의 방식이 디테일과 섬세함일 수 있지만 때로는 내가 버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만의 색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디테일 속에서 조금 더 다른 그림을 찾고 싶다”고 바랐다.
끝으로 오 돌체비타는 ‘저스트 메이크업’의 성과를 두고 “저희를 미용인이라고만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지만 (메이크업 뒤에) ‘아티스트’라는 말이 붙은 이유를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됐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라며 “단순히 누군가를 꾸며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감성을 가지고 누군가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굉장히 고심한다”고 말했다.
메이크업을 통해 누군가에게 딱 맞는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게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자부심이다. 그는 “예술적인 느낌으로 상대방을 바라봐야 하는데 단순히 라인을 예쁘게 그린다고 예뻐지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본연의 미를 보려면 예술적인 감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본연의 미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린 것 같다”고 강조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