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7회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작으로 선정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300만을 향해 달려간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는 전날 누적 관객수 266만 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3위에 안착, 꾸준한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전작 헤어질 결심(2022) 190만 명을 가뿐히 뛰어넘는 기록이다. 지난 8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약 9분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섬뜩할 정도로 재미있다”는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의 성공 뒤에는 박찬욱 감독만의 치밀한 연출 철학이 있었다.

◆해외서도 터진 박찬욱표 블랙 코미디
지난 8월 베니스영화제 공식 경쟁작으로 초청받은 후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서도 잇따라 초청받고 있다. 토론토영화제, 뉴욕영화제, 런던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에 이어 오는 29일 개막하는 마이애미국제영화제에서는 개막작으로 상영되며, 박 감독은 공로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영화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인만 알아듣는 유머는 많이 쓰지 않았다. 나름 자막을 웃기게 하려고 했다. 의도한 순간마다 극장에서 웃음이 터져나와 고마웠다”는 박 감독은 토론토 영화제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시각적 완성도에 대한 집념도 남달랐다. “구식 인간이라 필름 촬영을 시도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어렵더라”며 필름으로 찍은 듯한 화면의 톤을 구현하기 위해 막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디지털과 필름을 완전히 똑같은 상황에서 찍어 비교하는 테스트를 거쳐, 카메라·렌즈·조명부터 후반 색보정(DI)까지 세밀하게 설계했다. “색감의 밝음과 어둠, 톤 차이를 크게 해서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만들려고 했다”는 박 감독은 편집에서도 타협하지 않았다. 프레임 단위로 촘촘하게 편집하고, 점프컷(장면 전환) 등을 통해 139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게 긴장감을 유지한다.

◆관객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들다
실직한 가장 만수가 살인까지 저지르는 과정에서 물음표를 던진 관객도 있다. 박 감독은 “그게 제일 중요한 포인트”라며 “딸의 첼로 교습비가 아니라 장기이식이 필요하다거나, 재취업하지 못하면 당장 굶거나 죽는 상황을 설정하면 영화적으로 조금 더 쉽게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그럼에도 그 선택을 하지 않은 이유는 ‘이 인물을 용서할 수 있느냐’란 질문을 관객이 내내 하길 바랐다”라고 설명했다.
관객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만수를 배우 이병헌이 연기한 것은 신의 한수다. 박 감독은 이병헌을 두고 “보통 사람들이 88개 건반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이병헌은 200∼300개 건반을 쓰는 피아니스트 같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이병헌이 영화 내내 나오는 작품이다. 한 배우가 대부분의 장면에 나오면 관객도 중반 이후 지칠 수가 있다. 배우도 비슷한 표정이 같을 수도 있고. 그런데 이병헌은 얼굴과 몸에서 나오는 표현력이 다양하다”라고 감탄을 나타냈다.

◆영화제 넘어 해외 개봉까지…CJ ENM “韓 영화 최고 해외 판매”
해외 개봉일 확정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일찌감치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선판매, 개봉 전 순제작비 이상을 벌어들이며 CJ ENM이 배급한 역대 한국영화 최고 해외 판매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영화는 지난 9월 몽골에서 개봉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대만 관객과 만나고 있다. 더불어 말레이시아·싱가폴·필리핀·동유럽·러시아·북미 등 순차 개봉이 예정됐다.
박 감독은 “흥행이 목마른 건 언제나 그랬다. 예술 영화, 독립 영화, 대중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모이면 흥행 얘기를 한다. 돈 이야기가 아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힘들게 만들었는데 한 명이라도 더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쩔수가없다도 선입견 없이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는 영화였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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