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수 좋은 날’ 연출을 맡은 송현욱 PD가 ‘우주메리미’로 동시간대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방송계에서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은 종종 있어왔지만, PD의 겹치기 연출은 낯선 일이다.
올 초 편성 예정이던 ‘은수 좋은 날’이 하반기에 편성되며 공교롭게도 두 연출작의 동시 방영이 이뤄졌다. 지난달부터 방송 중인 KBS 드라마 ‘은수 좋은 날’은 사전 제작을 마치고 토, 일요일 밤 9시20분 편성, SBS 드마라 ‘우주메리미’는 금, 토요일 밤 9시 50분 방송으로 토요일 방영 시간대가 겹치면서 서로 경쟁하게 됐다.

지난 10일 열린 ‘우주메리미’ 제작발표회에서 송 PD는 “나도 난감하고 뭘 봐야할지 모르겠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두 작품을 향한 관심을 당부했다.
먼저 이영애·김영광 주연의 ‘은수 좋은 날’은 가족을 지키고 싶은 학부모 강은수(이영애)와 두 얼굴의 선생 이경(김영광)이 우연히 얻은 마약 가방으로 벌이는 위험 처절한 동업 일지를 그린다. 토일극을 신설한 KBS가 26년 만에 KBS에 복귀한 이영애를 앞세워 야심찬 주말 공략에 나섰다.
남편의 투자 실패, 암투병으로 생활고를 겪게 된 은수는 은행 근무 경력과 생활력을 기반으로 마약 유통에 발을 담근다. 범죄를 미화하지 않고 망가져가는 주인공들의 상황과 감정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국민 배우’ 이영애와 마약이라는 예상치 못한 만남은 보다 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에서 누구보다 단호한 마약 판매상으로 변신하는 이영애의 완급조절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이다. 점점 피폐하게 흑화되어 가는 은수의 변화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그의 행보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한다.
한 배를 탄 은수와 이경에게 케미스트리도 관전 포인트다. 서로를 걱정하다가도 돌연 으르렁대는 두 사람의 연기 호흡도 기대 이상이다.
서서히 드러나는 이경의 서사뿐 아니라 은수의 가족, 절친 등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요소들도 있다. 미성년자에게까지 뻗어나간 마약유통과 돈벌레의 정체, 매화 거듭되는 반전의 끝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결말은 무엇일지도 주목된다.

10일 첫 방송된 ‘우주메리미’는 최고급 신혼집 경품을 사수하려는 두 남녀의 위장 신혼기다. ‘그 해 우리는’ 이후 3년 만에 SBS에 돌아온 최우식이 정소민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송 PD는 “익숙하고 명백한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나갈 것인가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송 PD의 자신감대로 ‘우주메리미’는 위장결혼이라는 다소 뻔한 소재를 빠르게 풀어가고 있다. 당황스러운 첫만남을 시작으로 우연이 반복되며 인연을 쌓아가는 정석적 전개다.
아는 맛이 무섭다. 예비 신랑의 바람으로 결혼도 전에 이혼녀가 된 유메리(정소민), 측은지심으로 시작된 사기극에 누구보다 진심이 되어가는 김우주(최우식)의 뚝딱거리는 부부 호흡은 알면서도 웃으며 시청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뚝딱 연기의 대가’ 최우식과 ‘로코 강자’ 정소민의 연기합도 탁월하다.
송현욱 PD는 드라마 ‘또 오해영’, ‘뷰티 인사이드’ 등 수많은 시청자의 ‘로코 인생작’으로 불리는 작품들을 연출해온 실력파다. ‘은수 좋은 날’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쫄깃한 전개로 반환점을 돌았다면, ‘우주메리미’는 믿고 보는 로코 연출로 호평 속 첫 출발을 알렸다. 전혀 다른 장르와 소재로 구성된 두 작품으로 주말밤 시청자의 골라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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