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교포 이민우가 누나 이민지에 이어 미국 무대에서 트로피를 들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서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민우는 31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메모리얼 파크 골프코스(파70)에서 펼쳐진 PGA 투어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오픈(총상금 950만 달러)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7타를 작성했다. 최종 합계 20언더파 260타를 기록, 생애 첫 PGA 우승을 차지했다.
이민우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10승 현역 강자인 이민지의 동생이다. 둘다 골프 코치 출신 어머니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골프 선수로 성장했다. 다만 이민우는 메이저대회서 두 차례나 정상에 오르는 등 명성을 떨친 누나에 비해 걸음은 다소 느렸다.
칠전팔기 끝에 웃었다. 이민우의 우승으로 남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골프 선수가 모이는 미국 무대에서 나란히 우승하는 진귀한 기록을 남겼다. 이민우는 우승 후 PGA 투어를 통해 며 “(우승 후) 가족과 통화했다. 어머니는 우셨고, 아버지는 골프를 치고 계신 것 같았는데 그래도 기뻐하셨다. 누나도 곧 우승할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은 더할나위 없이 컸다. 이민우는 그동안 DP월드투어(3승)와 아시안투어(1승)에서 우승 경험이 있었지만 PGA에서는 55경기에 나서 우승컵을 품지 못했다. 56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 171만 달러(약 25억1500만원)도 손에 쥐었다.
흔들리지 않았다. 2위에 4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민우는 16번 홀(파5)에서 티샷이 물에 빠지며 최대 고비를 마주했다. 이곳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에게 1타 차로 추격을 허용한 상황. 다행히 셰플러가 남은 2개 홀에서 더 이상 좁히지 못했다. 이민우는 17, 18번 홀을 파로 막으면서 1타 차로 우승했다.
위기를 이겨낸 만큼, 더 뜻깊은 우승이었다. 이민우는 “정신적으로 지쳤지만, 우승을 지켜냈다. 잘 해낸 자신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세계랭킹 1위 셰플러는 훌륭한 선수다. 그가 추격하는 상황에선 누구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처음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해 선두를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경쟁자도 엄지를 치켜세운다. 셰플러는 “이민우에게 최대한 압박을 주려고 노력했다. 전반 9홀에서 그러길 바랐지만, 충분히 좋은 출발은 아니었다”며 (이민우가) 16번 홀에서 한 번 실수를 했지만, 이후 선두를 잘 지켜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한국 선수들은 부진했다. 유일하게 컷 탈락을 면한 임성재는 4언더파 276타로 60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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