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만관중 시대를 달리고 있는 프로야구에서 관중 안전을 두고 경종이 울렸다. 그동안 모두가 당연하게 여겼던 ‘안전’이라는 기본 전제가 무너졌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수준의 최신 시설로 불렸던 창원 NC파크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경기 도중 구조물이 추락해 관객 3명이 다치는 등 인명사고로 이어졌고, 이 중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20대 피해 여성이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현장 감식을 진행하는 한편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사고는 지난 29일 NC와 LG의 경기 중 3루 방향 매점 부근 벽에 고정돼 있던 구조물이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낙하한 구조물은 길이 약 2.6m, 폭 40㎝의 알루미늄 루버다. 낙하 원인은 조사 중에 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야구장은 수천에서 수만명의 관중이 동시에 몰리는 공간이다. 관객을 향해 구조물이 떨어졌다. 단순 시설 결함을 떠나 골똘히 생각해 볼 문제”라며 “안전은 우리 사회서 모든 이가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가치다. 이 당연한 원칙이 흔들린다면 신뢰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창원 NC파크는 2019년 개장한 최신형 구장으로, 빅리그에 견주는 시설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관중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리그 전체에 ‘혹시나’ 하는 불안을 안겨줬다. 이번 사고는 KBO리그 전체를 넘어 경기장을 관리하는 지자체 시설관리공단의 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한 의문부호도 남겨뒀다.
이날 NC 구단은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창원NC파크에서 발생한 사고로 부상자 한 분이 유명을 달리하셨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깊은 애도를 표한다. 유가족 분들께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앞서 사고 직후엔 “향후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계 기관과 함께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수립해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구단 관계자는 31일 “내달 1일 구장 안전 점검을 실시한다. 점검 주체는 구단과 공단이 아니며, 외부 기관 의뢰를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희생자 및 유가족분들께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한다. 또한, 아직까지 부상으로 고통 받고 계신 부상자 두 분의 조속한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10개 구단과 함께 전 구장 그라운드 안팎의 시설물과 구조물의 안전성을 경기에 앞서 철저히 점검하는 한편, 구단과 지자체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자체 진단을 더욱 강화하고 정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프로야구에 있어 관중과 팬들을 뛰어넘는 자산은 없다. 이들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게 급선무다.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함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정밀한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 나아가 10개 구단과 사무국, 지자체가 함께 사고 대응 매뉴얼을 마련, 모든 구장에 걸쳐 적용할 수 있는 예방 체계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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