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영화 ‘스트리밍’은 배우 강하늘 원톱 주연 영화다. 강하늘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극을 압도하며 이끌어 나간다. 대부분의 관객은 강하늘의 연기력을 기대하며 영화관에 들어가지만 그에 결코 밀리지 않는 신예 배우를 발견한다. 이제 겨우 데뷔 3년차 경력의 배우 하서윤이다.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스트리밍’은 구독자 수 1위의 범죄 채널 스트리머 우상(강하늘)이 풀리지 않던 연쇄살인사건의 단서를 발견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벌어지는 스릴러극이다. 하서윤은 우상과 함께 방송을 진행하는 게스트 스트리머 마틸다 역을 맡았다. 유명해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마틸다는 사사건건 우상과 부딪힌다.
스트리머를 소재로 하는 만큼 영화는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의 스크린을 통해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의 스크린 라이프 기법을 선택했다. 배우들은 인터넷 생방송을 하는 스트리머처럼 화면을 보면서 대사를 내뱉는다. 마치 연극처럼 대사 호흡이 길다 보니 배우의 연기력이 몰입을 좌지우지 한다.
극 중 스트리머로 분한 하서윤은 강하늘과 함께 쉴 새 없이 연기 호흡을 주고 받는다. 연기 경력으로 따지면 15년 이상 차이가 나지만 하서윤은 결코 강하늘에 밀리지 않았다. 강하늘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하며 신인답지 않은 연기 내공으로 극의 흐름을 쥐락펴락했다.

2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레인TPC 사옥에서 스포츠월드와 만난 하서윤은 마틸다의 모습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시종일관 겸손함으로 몸을 낮췄다. 3년차 경력이지만 스트리밍은 하서윤의 데뷔작이다. 2021년 처음으로 오디션에 합격해 촬영했던 작품이 4년이 지나서야 빛을 보게 됐다.
하서윤은 “영화를 보기 전에는 걱정도 하고 설렘도 있었다. 시나리오로 봤을 때 더 스릴이 있었던 느낌이었다면 이번에 영화를 보고 나니까 편집도 유머러스하고 표현도 굉장히 신기했다. 내가 봤던 시나리오의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느낌이 새로웠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밝혔다.
작품 속 본인의 연기를 두고는 “물론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보였다”면서도 “그때 당시에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지금에서야 되돌아봤을 때 제가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건 그만큼 그 시간 동안 제가 성장했으니까 보이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다시 그 촬영을 한다 해도 저는 똑같이 최선을 다할 것이고 또 나중에 부족한 부분이 보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아무래도 4년 전 제 모습이다 보니까 앳된 모습도 있고, 그때 당시에만 표현할 수 있는 감정도 있었던 것 같다. 보면서 저 또한 저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봤다”며 “그때 당시에는 신인이고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까 조금 더 무모함이 있었다. ‘만약에 지금 내가 저 장면을 한다면 저렇게까지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때만의 무모함이 있었구나’ 느껴지더라”라고 웃었다.

실제로 하서윤은 신인만의 패기로 촬영에 임했다. 첫 촬영이니 지치고 힘든 순간도 있을 법 했지만 오히려 촬영장에 가는 게 즐거웠다. 첫 촬영이 강하늘과의 범죄 재연 장면이라고 밝힌 하서윤은 “처음이다 보니까 힘든 줄 모르고 촬영을 했다.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고 오히려 생동감 있게 담기면 더 좋다고 생각해서 몸을 더 내던졌던 것 같다. 힘들기보다 오히려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첫 촬영 당시를 되돌아봤다.
하서윤은 “당시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촬영을 했었다. 체력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막상 촬영장 가면 전혀 힘들지 않을 정도로 그 현장 자체가 좋았다. 힘들었던 순간도 없었다. 저한테는 매 순간이 감사했고 그 안에서 더 배워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열정을 보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가장 크게 배운 지점이 무엇인지 묻자 하서윤은 “현장에 대한 분위기나 제가 현장에서 갖춰야 될 애티튜드, 연기를 대하는 자세를 선배님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저에게 굉장히 유익한 경험이었다”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데뷔작에서 가장 많은 호흡을 나눈 건 바로 선배 강하늘이다. 하서윤은 “강하늘 선배님과 대부분의 신을 같이 찍었는데 처음엔 긴장을 많이 했다. 선배님이 너무 편하게 현장을 이끌어 주셨다. 제 긴장이 다 풀릴 정도로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슛이 들어가자마자 선배님이 우상처럼 보이더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가 상황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흡입력 있게 잘 이끌어 주시다 보니까 모든 신에서 저는 선배님만 믿고 다른 복잡한 생각을 버릴 수 있었다”고 강하늘에게 감사를 표했다.
하서윤은 “너무 감사한 순간이 많았다. 어찌 됐든 저는 신인이고 선배님은 배우의 길을 오랫동안 걸어오셨는데 저를 신인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배우로서 존중해 주신다는 느낌을 매 순간 받았다. 제일 감사했던 부분”이라고 강하늘의 미담을 추가했다.
‘스트리밍’은 강하늘을 제외한 출연진과 조장호 감독을 비롯해 촬영팀이나 미술팀 등 제작진까지 모두 신인으로 구성됐다. 하서윤은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촬영장을 가는 게 굉장히 편하고 즐거울 정도로 모든 분들이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였다”고 촬영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중심적인 축은 아무래도 강하늘 선배님이었다. 현장 분위기도 풀어주고 잘 이끌어주신 덕분에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스크린 라이프 기법을 사용하다보니 영화의 대부분의 장면은 롱테이크로 촬영했다. 낯선 장르인 만큼 신인으로서 준비하기 어렵진 않았을까. 하서윤은 “처음 시나리오로 봤을 때부터 이걸 어떻게 찍으실지 너무 궁금했었다”며 “촬영 현장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예 모르고 있었던 상태로 현장을 갔었는데 감독님이 너무나도 상세하게 하나씩 설명을 다 해주셨다. 덕분에 촬영을 하는 데에는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답했다.
여러 오디션 낙방 끝에 데뷔작으로 ‘스트리밍’에 합류하게 됐다. 하서윤은 “굉장히 많은 오디션을 봤었는데 정말 잘 하고 싶다는 의지가 연기에도 묻어났던 것 같다. 그게 과하게 다가갔을 수도 있고 부담이 됐을 수도 있는데 ‘스트리밍’ 오디션 당시에는 제가 많이 내려놨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전 오디션들은 계속 후회가 남고 견디는 게 힘들었는데 이번만큼은 어찌 됐든 후회 없이 모든 걸 다 보여주고 오자는 생각을 가지고 준비했다. 그런 부분을 감독님께서 굉장히 좋게 봐주셨다”고 부연했다.
‘스트리밍’ 오디션 합격을 계기로 오디션에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하서윤은 “프로필에 작품이 하나라도 있는 게 오디션장에서는 너무 큰 힘이 되더라. 한 마디라도 더 나눌 수 있고 저를 조금 더 표현할 수 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저도 자신감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제 오디션을 보는 게 많이 편해졌다는 하서윤은 “선배님들이 오디션은 많이 볼수록 익숙해지고 편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 게 이제는 이해가 간다. 많이 떨어지기도 하고 붙어보기도 하니까 오디션장에 가는 부담감이 많이 내려갔다”고 미소 지었다.

이전 작품인 KBS2 ‘다리미 패밀리’에서 송수지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하서윤이다. 주말드라마답게 부모님과 더불어 같이 살고 있는 외할머니까지 본방사수 할 정도로 하서윤의 연기를 응원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작품에서 하서윤의 파격적인 연기를 두고 이번에는 가족이 어떤 피드백을 줬을까. 하서윤은 “저도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시사회 때 가족을 불렀는데 낯설어 하긴 하시더라”라고 웃었다. 이어 “여태까지 봤던 캐릭터보다 강렬하고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르다 보니까 새롭게 다가왔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가족이다 보니까 ‘첫 작품 치고 잘했다’고 아낌없이 칭찬도 많이 해줬다”고 밝히며 웃음을 불렀다.
더불어 “외할머니는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하셨다”며 “다같이 영화관에 가서 보면 좋지 않을까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스트리밍’만의 재미와 매력 포인트를 물었다. 하서윤은 “범인을 쫓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 게 이 영화의 묘미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이 관객한테도 극적으로 다가간다”며 “주변에 추천을 할 때도 ‘특이하지만 보면 자꾸 생각날 것’이라고 했다.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적인 영화”라고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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