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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 G세상 바로보기] NC 혁신·기술의 근원…김택진 '크리에이티브'

입력 : 2024-04-03 19:54:52 수정 : 2024-04-03 19: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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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은 자금투자·창의력서 발현
'아이온' '리니지M' 등 흥행 성공
최신작 'TL'도 해외 시장 도전장

지난 2008년 10월 23일 엔씨소프트는 한 달 뒤인 11월 25일 공식 출시될 신작 ‘아이온’을 알리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행사 직후 기자와 만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불연듯 ‘크리에이티브’(Creative, 창의/創意)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는 “창의력을 통한 고통의 산물이야말로 게임 콘텐츠로 이어지죠. 그게 바로 아이온이 될 거라고 봅니다”라고 했다. 창의력이 게임 업종의 생명줄이자 존재 이유라는 의미였다. 아이온은 당시 ‘리니지’로 대변되던 엔씨소프트에 새로운 IP(지식재산권)로서 가치를 지녔고, 이 역시 심오한 창의력의 결실이라는 생각이었다.

김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아이온은 나오자마자 시장을 휩쓸었다. 이른바 한지붕 형뻘인 ‘리니지’ 시리즈가 이끌던 PC 온라인 MMORPG(다중접속게임) 장르뿐만 아니라 ‘서든어택’ 같은 이종(異種) 경쟁작들도 상대가 되지 못했다. 흥행 지표인 동시접속자수에서도 순식간에 20만 명대를 뚫었다. 덕분에 그 무렵 2만 2000원대로 추락하던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반등하면서 2년 여만에 30만 원대를 돌파했다. 오토로 통칭되는 핵 프로그램이 제기된 것도 이 시점이다. 인기에 비례해 새로운 과제가 제기된 셈이다.

아이온이 세상의 빛을 보기 전 엔씨소프트는 각각 1998년 9월과 2003년 10월 발매된 리니지, ‘리니지2’의 인기가 시들해지던 터라 기근에 시달렸다. 이러다가 회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존재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 함께 걱정했다. 이런 까닭에 엔씨소프트로서는 기사회생 수준을 넘어 구세주를 만난 것과 다름없었다.

아이온의 돌풍을 등에 업고 엔씨소프트는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후속작 ‘블레이드&소울’을 2012년 6월 30일 시판하기 전까지 안정적인 수입원과 투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블레이드&소울도 실제 이용자들로부터 현존 최고의 MMORPG라는 찬사를 받으면서 실적을 냈고, 창의력을 향한 김택진 대표의 지휘봉은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블레이드&소울이 한창 몸값을 올리던 2013년 넷마블과 위메이드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헤게모니를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넥슨과 마찬가지로 엔씨소프트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업계에서는 “만약 모바일 게임 시장이 커진다면, 넥슨이나 엔씨소프트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유망 개발사를 인수하면 된다”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한 두 해가 흐르면서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최고 IP인 리니지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제작에 착수했다. 2017년 6월 21일 마침내 처녀작 ‘리니지M’이 공개됐고, 시장은 요동쳤다. ‘세븐나이츠’와 ‘레이븐’ 등 넷마블이 주도하던 RPG(역할수행게임) 장르에 엔씨소프트식 MMORPG가 도전하자, 이내 무게중심이 흔들렸다. 수 년을 보낸 현재 우리 게임 시장은 리니지M과 ‘리니지2M’, 여기에 ‘리니지W’까지 엔씨소프트 리니지 3형제가 다시 쥐락펴락하는 형국이 됐다. PC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축한 두터운 팬층이 고스란히 모바일로 옮겨왔고, 리니지 시리즈 특유의 외면하기 힘든 매력이 이들을 붙잡아두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M이 시장에 완연하게 안착하던 2017년 10월 직접 영상 광고에 등장했다. 그 때부터 택진이형이나 TJ(택진), TJ 쿠폰 같은 그를 차용한 많은 카피와 밈이 양산됐다. 리니지2M에도 김 대표의 광고 출연은 계속됐다. 이 같은 마케팅 전술도 어쩌면 창의력의 한 범주에 속할 만하다. 내친김에 2017년 세밑 무렵 김택진 대표는 CEO(최고경영자)이자 CCO(Chief Creative Officer, 최고창의력책임자)라는 직함을 꺼냈다. 2018년 1월부터 그가 제시하는 명함에 각인됐다. 이후 그는 창의력의 산물인 혁신과 기술을 집중 설파했다.

2023년 12월 7일 엔씨소프트는 10년을 쏟아부은 역작 ‘쓰론 앤 리버티’(TL)를 내놨다. 가장 최신작인 TL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창의력에 대한 김택진 대표의 지론이 이번에는 스며들지 않고 있다고 느껴질 법도 하다. 하지만 애초 기획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였으니, 국내 성적에만 매몰되기에는 서두르는 감이 있다.

엔씨소프트가 먼저 경험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고민, 그리고 한국산을 대체할 수 있는 수많은 외산 경쟁작들이 넘쳐나는 현재의 불리한 업황에서도 게임 산업의 미래 10년은 바로 지금의 투자와 창의력에서 발현된다. 대체로 역사는 승자의 관점에서 기록됐다. 만약 아이온이 실패했다면 창의에 대한 김택진 대표의 생각은 잘못됐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단계에 머물렀을 것이다. TL에 대한 진단도 이 연장선이다. 아마존게임즈와 함께 본격적인 승부처인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TL만의 창의력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김수길 기자 sugir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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