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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희의 눈] 싸이월드를 추억하며

입력 : 2019-10-13 01:57:48 수정 : 2019-10-13 01: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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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싸이월드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에이 설마 없어지는 거 아니야?”라던 나의 불길한 생각이 맞을 수도 있다는 기사를 보고 못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이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여러 SNS가 존재하지만, 지금의 3∼40대에게는 1999년에 생긴 싸이월드가 그 시작이다. 2000년대 초반 미니홈피로 인기를 끌면서 한때 회원 수 3000만 명을 자랑하는 국민 SNS였다. 지금의 팔로우 수가 인기의 척도였다면 그때는 싸이월드의 방문을 한 사람의 숫자인 방문자(TODAY)가 그 사람의 인기의 척도였다. 처음으로 자기 얼굴을 공개한 공간이었고, 마치 일기를 쓰듯 하루 일과를 담아갔으며 기분이 좋을 때는 그에 맞는 음악을 선곡해 메인 사진과 함께 게재했었다. 기분이 우울한 날에는 잔잔한 발라드 음악을 선곡해 내 마음속 심정들을 나타내기도 했다. 물론 허세 작렬한 사진을 찍어 올리며 훗날 이불킥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NO라는 말을 뒤집으면 ON이 된다, 내 인생은 항상 ON…” 실제로 내가 남겼던 대문 글의 한 부분이지만 아직도 이불을 발로 차고 싶다.

 

싸이월드에서 최고의 선물은 바로 일종의 사이버 머니인 ‘도토리’였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도토리로 나랑 닮은 아바타를 꾸며내기 바빴고 요즘 서로 맞 팔로우해주듯 서로 일촌평을 써주며 웃는 날이 많았다. 누군가가 봐주길 바라며 일기를 쓰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풋풋했던 젊은 날의 추억들이 저장돼 있는 공간이었다. 난 한참 개그 프로그램에서 활동할 당시 팬들이 만들어준 합성 사진에 정말 많이 웃었던 기억도 있다.

 

싸이월드의 인기는 그 당시 절대적이었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미국 CNN에선 급부상한 한국의 SNS 싸이월드를 두고 ‘한국의 앞서가는 IT문화’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랬던 그곳이 이제는 접속할 수 없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내 20대를 송두리째 접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서버 작업을 하는 상태이고 아마 다다음 주 정도면 정상화되지 않을까 예상한다지만, 투자가 끊긴 현재 상황에서는 서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자주 접속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든다. 꽃다운 시절의 사진, 어렸을 적 느꼈던 감정의 글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싸이월드는 마치 졸업앨범 같이 마냥 보관만 해놨던 공간이지만 부디 여러 사람의 추억과 소중한 기억을 단번에 없어져 버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시간이 지나고 무엇인가 없어져 간다는 게 오랜만에 아련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개그맨 황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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