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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명의] 뇌동맥류 진단이 사망선고? 예방적 조치로 ‘안심’

입력 : 2020-12-15 03:00:00 수정 : 2020-12-15 18: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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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근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정희원 기자] 뇌동맥류는 분명 갑작스러운 사망을 일으키는 무서운 질환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무조건 ‘시한폭탄’, ‘죽음의 경고’로 보는 데에는 과장된 부분이 있다. 질환이 발견됐더라도 상황에 맞는 치료를 똑똑하게 받으면 충분히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이 활발히 이뤄지며 자신도 몰랐던 뇌동맥류의 존재를 발견하는 환자가 증가세다. 과거에는 고령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30~40대에서도 늘고 있다. 미국 대통령 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 바이든도 45세에 뇌동맥류 파열을 겪은 바 있다.

 

최석근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동맥류를 발견했다고 해서 무조건 겁을 먹거나 우울해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그는 고난도 뇌동맥류 수술과 색전술의 권위자로 꼽힌다. 최 교수로부터 뇌동맥류의 치료와 관리법에 대해 들었다.

 

-뇌동맥류란 어떤 질환인가.

 

“뇌동맥류는 ‘Y’자로 갈라진 뇌혈관 중앙이 동그랗게 튀어나오다가 어느 순간 터지면서 심각한 뇌손상을 유발한다. 파열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 하면 ‘사망선고’처럼 여기는 환자가 많은 것 같다. 실제로 대부분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

 

“뇌동맥류가 파열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맞다. 혈압상승 등으로 갑자기 터지면 지주막하출혈 등 치명적 뇌출혈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파열 환자 중 약 30%가 사망하고, 생존자 중에서도 절반은 신경학적 결손이 발생해 영구장애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뇌동맥류를 두고 시한폭탄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된 이야기다. 뇌동맥류는 종류와 양상이 무척 다양하다. 조그맣고 잘 터지지 않는 유형과, 그렇지 않은 심각한 유형이 있다. 이는 MRI를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잘 터지는 유형의 동맥류는.

 

“동맥류가 위치한 곳에 뼈조각이 튀어나와 있거나, 큰 혈관 주변에 있으면 터질 우려가 높다. 다만 완만한 동맥류를 그리면 와류가 형성돼 잘 터지지 않는다.”

 

-뇌동맥류가 발견된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뇌동맥류가 있다면 대체로 예방적 차원의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경과관찰, 비수술적 치료법인 ‘코일 색전술’, 전통적인 수술적 치료법인 ‘뇌동맥류 경부 결찰술’을 들 수 있다. 나이, 연령, 동맥류의 위치와 모양 등을 고려해 환자와 충분히 상의한 뒤에 결정한다.”

 

-이왕이면 비수술로 받고 싶어하는 환자가 많을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다. 코일색전술의 경우 개두 과정이 없어 대다수 센터가 가장 먼저 고려하는 방식이다. 백금으로 된 가는 코일을 뇌 안의 동맥류에 삽입, 혈관 파열을 예방한다. 혈관내 치료로 개두술 없이 깊은 부위까지 접근할 수 있다보니 환자나 보호자도 이를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모든 동맥류에 색전술이 100% 정답은 아니다. 시술 특성상 동맥류 목이 잘록할 때에만 시술가능하다.”

-개두 수술의 경우 아무래도 뇌수술이다보니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뇌동맥류 치료에서의 1순위는 최소절개가 아니다. 치료 후 마비 등 합병증이 없는 치료결과가 핵심이다. 환자들이 개두술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사실이나, 뇌를 연다는 게 무조건 ‘합병증’을 유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색전술을 받았더라도 환자에 따라 혈전이 생겨 뇌경색과 같은 합병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개두술은 문제가 되는 동맥류를 확실히 제거하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회복 기간도 색전술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우리 병원의 경우 수술 시 머리를 밀지 않고 수술해 일상생활복귀도 빠르다.

 

물론 어느 한쪽 치료법이 유리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나만을 고집하기보다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가 시행돼야 한다. 개두술과 색전술을 동시에 집도할 수 있는 전문의를 찾아야 적합한 치료법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뇌동맥류 진단 후 환자가 주의해야 할 요소가 있다면.

 

“검진에서 작은 동맥류가 발견됐고, 터질 위험이 적다고 진단받은 경우 불필요하게 압력을 높이는 생활을 피하는 게 우선이다.

 

이는 풍선을 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린 아이들에게 풍선을 불라고 하면 쉽게 불지 못한다. 풍선이 부풀어 오르려면 일정 힘이 가해져야 하는데, 아이들은 힘이 약해 풍선을 쉽게 부풀리지 못한다. 동맥류 역시 일정한 삶의 패턴을 유지하며 불필요한 압력을 제거하면 물리적으로 잘 늘어나지 않는다.

 

생활패턴이 일정한 70대 이상 고령 환자일 경우,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경과관찰을 시행하기도 한다. 실제로 뇌동맥류를 갖고 있어도 10~15년 지켜보는 환자도 많다.

 

환자는 일교차와 실내외 온도차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혈압의 변동폭이 커지면서 뇌동맥류 파열 확률이 높아진다. 추운 날 조기축구를 하거나, 웨이트트레이닝을 무리하게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야식, 폭음, 스트레스 등도 위험요소다.”

 

-뇌동맥류가 터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은.

 

“혈관을 부드럽게 관리하는 것이다. 딱딱한 혈관이 쉽게 터진다. 동맥경화가 없고 부드러울수록 터질 확률이 줄어든다. 결국 적절한 유산소운동, 채소 위주의 식사로 유연한 혈관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변비도 주의해야 한다. 흉압이 올라가며 뇌압이 올라가면서 동맥류가 터질 수 있다. 변비 역시 건강한 습관을 가지면 자연스레 개선된다.”

 

-전반적 제언을 해달라.

 

“뇌동맥류가 워낙 시한폭탄처럼 그려지니 진단 후 무척 우울해하는 환자가 많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 아닌데도 감정적으로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결국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환자에게 충분히 상태를 설명하고, 의사를 믿고 치료에 나서자고 독려할 필요가 있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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