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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비하 발언에 노출된 여자농구…WKBL “선수 보호 매뉴얼 정비할 것”

입력 : 2020-01-22 07:00:00 수정 : 2020-01-22 15: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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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확실한 보호책을 만들어야죠.”

 

 지난 14일 라건아(31·KCC)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종차별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호소했다. 실제 메시지 내용까지 사진으로 첨부했다. 공공연하게 알고도 넘어가던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농구계에 논란이 일었다. 이틀 뒤 브랜든 브라운(35·안양 KGC인삼공사)도 똑같은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곧바로 인종차별에 관련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관련 소식을 전해들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외인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대응할 수 있다지만 더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여자 선수들을 향한 성적 비하 발언인데 메시지나 커뮤니티, 포털 홈페이지 댓글 등 범위도 광범위하다. 불특정 다수의 닉네임을 일일이 선정해 연맹 차원에서 법적 대응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연맹 관계자는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데 해결책이 마땅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여자농구는 선수 대부분이 팬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다. 팬들의 관심이 필요한 만큼 직접 나서는 식이다. 그런데 익명이란 벽 앞에 속수무책이다. 지난 21일 박지수가 토로한 악성 댓글 피해는 약과다. 메시지 보관함에는 성적 비하 발언이 수두룩하다. 자극적인 사진을 해당 선수에게 직접 보내거나 선수의 얼굴과 노출 사진을 합성해 메시지로 전송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몇몇 선수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성기를 노출한 사진까지 받은 사례도 있다.

 

 더 슬픈 현실은 선수들이 자신을 향한 성적 비방에 익숙해졌다는 사실이다. 심한 폭언이나 비하 표현을 수신해도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못 본척하고 넘기는 일이 다반사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합류한 신인들부터 최고참들까지 대상도 다양하다. 메시지뿐 아니라 댓글로도 상처가 곪아서 주목받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 WKBL 공식 홈페이지에 애로사항이나 불편함을 신고하는 ‘WKBL 핫라인’이 마련되어있지만 정작 신고할 수도 없다. 괜히 논란의 주인공으로 올라서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신고자가 없으니 WKBL에서도 대응하기가 어렵다.

 

 박정은 WKBL 본부장은 “즉흥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이 해당 상황에서 ‘나만 참으면 되지’라는 생각보다 연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악성 댓글이나 성적 비하 발언 관련된 교육과 매뉴얼을 정비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쳐 정확하고 안전하게 선수의 인권을 보호할 안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WKBL

 

사진설명: 여자농구 선수들은 올스타전을 마친 뒤에도 댓글과 메시지로 성적 비하 발언을 들었다. 사진은 올스타전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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