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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날씨의 아이’ 흥행부진, 정말 ‘日 불매’ 영향일까

입력 : 2019-11-10 15:05:14 수정 : 2019-11-10 1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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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가 부진한 흥행성적을 보이고 있다.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이다. 지난달 30일 개봉해 지난 9일 토요일까지 누적 관객 48만4556명에 그치고 있다. 벌써 주말 일일관객 수는 4만 명대로 떨어졌다. 이대론 최종 70만 명도 넘기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특이한 뉴스가 등장했다. ‘날씨의 아이’를 수입한 미디어캐슬과 배급사 및 마케팅사 측이 흥행부진에 대해 함께 입장을 낸 것이다. 지난 4일 ‘날씨의 아이’ 수입 측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 대비 -70% 하락과 더불어 최종스코어 371만, 그 반의반도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며 “오로지 영화 자체에 대한 불만족, 완성도에 대한 이슈만으로 이 차가운 현실을 만난 것이라면 최소한의 위로가 되겠지만 과정을 돌이켜 보았을 때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로 여러 군데 마케팅 협업을 타진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단 사연도 전했다.

 

 한 마디로, 지난봄 이후 장기화 추세를 겪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타격을 크게 입었단 자기진단이다. 그러면서 “저희는 실패로 끝나겠지만 다른 유사 작품들에는 이제 편견을 거둬 달라”고도 했다.

 

 ‘날씨의 아이’ 수입 측 입장을 아예 이해하기 힘들단 얘긴 아니다. 실제로 각 포털사이트 해당영화 페이지엔 수많은 불매촉구 댓글들이 달려있다. 거기다 수입 측 변 대로라면 실제 마케팅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나머지는 사실 상황이 명확치 않은 부분이다. 특히 한국영화시장의 독특한 분위기를 고려해볼 때 더 그렇다. 나아가 ‘날씨의 아이’의 상업적 가능성 자체에 대해서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일단 한국은 감독은커녕 배우에 대한 충성도조차 크게 떨어지는 환경이란 점이 있다. 신뢰도 높은 중견급 배우들에조차 그렇다. 가장 신뢰도 높다는 송강호만 해도 지난 3년 간 ‘택시운전사’ 1219만, ‘마약왕’ 186만, ‘기생충’ 1008만, ‘나랏말싸미’ 96만 등 아예 손익분기 차원으로 성패가 크게 갈려 왔다. 그야말로 콘텐츠마다 각개전투식 승부다. 한국서 스타파워란 여러 성과를 낸 스타에게 될성부른 기획이 가장 먼저 제시되는 구조란 의미이지, 스타의 존재 자체가 흥행을 보장해준단 의미가 아니다.

 

 감독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감독 전작이 371만이 들었다 해서 그 차기작은 못해도 그 절반은 들 것이라 예상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과 꽤나 동떨어져있다. 콘텐츠 매력과 퀄리티가 그보다 떨어지면 자연 흥행결과도 그만큼 떨어지고, 엄밀히 생각보다 더 떨어지는 사례도 많다. 김지운 감독만 해도 ‘밀정’ 750만에서 불과 2년 뒤 나온 ‘인랑’은 90만에 그쳤다. 반에 반은커녕 1/8 토막 난 결과다.

 

 아닌 게 아니라 ‘날씨의 아이’는 신카이 감독 전작 ‘너의 이름은’에 비해 평가가 좋지 않다. 일본 야후재팬에서 ‘너의 이름은’이 네티즌 평점 5점 만점에 4.12였던 데 비해 ‘날씨의 아이’는 현재까지 3.73이고, 일본비평계 평가를 수치화한 자료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너의 이름은’보단 비판 분위기가 강하다. 한국서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영화의 기자/평론가 평점은 ‘너의 이름은’이 10점 만점에 7.55, ‘날씨의 아이’는 6.5다. 아직 실험단계긴 하지만 ‘한국의 로튼토마토’를 표방하는 키노라이츠 지수로 보면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다. ‘너의 이름은’이 89.81%였던 데 비해 ‘날씨의 아이’는 65.57%다. 이 정도면 적어도 전작에 비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일반적인 건 맞다.

 

 물론, 언급했듯 일본제품 불매운동 영향을 완전히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그런 불매운동에 일반대중이 직격으로 반응해 흥행이 타격받았다고 보는 건 무리다. 불매운동 영역은 여전히 일반 공산품 영역에 머물지 딱히 문화예술 분야 상품들에까지 뻗치고 있다 보긴 어렵다. 오히려 문화교류 자체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단 입장도 자주 등장한다. ‘원래’ 극단적인 포털사이트 댓글과는 온도차가 크다.

 

 불매운동 영향은 오히려 조금 간접적 차원에서 크게 작용했다. 마케팅 시작 ‘이전’ 단계, 즉 언론미디어에서 영화의 일본 내 흥행성과를 보도하는 차원에서다. 한일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선 그런 사전홍보성 보도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 뭣 하러 한국과 관련 없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상황까지 중계해주고 있느냐는 반발이 나오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일본 내 신드롬을 줄기차게 알려 일반대중까지도 상황을 많이들 접한 ‘너의 이름은’과는 차이가 크게 났다. 그 뒤로, 수입 측 변처럼, 마케팅 협업 등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마케팅 자체가 가동되기 힘들었단 순서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그 다음부턴 시장이 ‘상식적’으로 돌아갔다고 봐야하는 구석이 많다. 본래 한국영화시장에선 ‘작가 브랜드’ 파워가 크지 않고, 영화 자체 평가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방학시즌도 아니고 10대 관객층이 튀어나오기도 쉽지 않다. 미디어 화제는 ‘82년생 김지영’이 독식하고 있었고, 한국선 늘 반응 좋은 ‘터미네이터’ 후속작도 경쟁에 붙었다. ‘날씨의 아이’보다 더 경쟁력 있는 신작이 붙었어도 승부가 쉽지 않았을 분위기다.

 

 영화 장르에 있어 ‘브랜드 파워’는 사실 일본 쪽이 좀 특이할 정도로 강하다. 1969년부터 1995년까지 26년에 걸쳐 무려 48편까지 나와 대부분 흥행에 성공한 ‘남자는 괴로워요’ 시리즈가 존재하는 나라다. 애니메이션으로 가면 그런 현상들이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진다. ‘도라에몽’만 해도 벌써 40년째 승승장구 중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착과 충성도도 분명 일본 쪽이 훨씬 강하다. 그러니 ‘날씨의 아이’도, 비록 ‘너의 이름은’에 비해선 절반 정도긴 하지만, 어찌됐건 현재까지 138억 엔을 벌어들이며 올해 일본영화 흥행 1위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렇게 한 번 엄청난 대박을 치고 난 뒤 차기작 정도는 ‘브랜드 파워’로 일정수준 이상 흥행이 사실상 보장된다.

 

 그러나 한국은 상황이 다르단 얘기다. 일본 상황과 연계해 예상해볼 여지가 거의 없다. 오히려 한국은 유행이 지나치게 빠른 분위기다. 특정배우나 감독 등에 대한 충성도가 확연히 떨어지는 것도 강렬한 트렌드성 탓이라 볼 수도 있다.

 

 물론 수입 측에서 여러 좋은 의미로 소위 ‘이 시국’에 무리해서라도 개봉시켰단 점을 의심하진 않는다. 그러나 흥행결과 해석은 가능한 냉정할수록 도움이 된다. 일단 그런 영화가 지금 개봉했는지조차 모르던 사람이 많았고, 그 이전 그런 영화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던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를 반전시켜줄 마지막 카드였던 비평계나 얼리어답터 대중의 뜨거운 반응이 나오지도 않았다.

 

 상황은 사실 이렇게 단순하다. 별로 더하고 뺄 여지가 딱히 없다. ‘날씨의 아이’ 상황이 보여준 이 같은 한계를 토대 삼아 곧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오길 바란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미디어캐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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