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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희의 눈] 새로운 출발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입력 : 2019-11-10 10:17:11 수정 : 2019-11-10 11: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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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다가오면 추워진다.”

 

누군가 수능 날 추위는 과학이라 했던가. 신기하게도 다음 주 수능 시험을 앞두고 올해도 어김없이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수능 시험 날 볼 수 있는 여러 풍경이 있다. 이날은 직장인들이 시험을 위해 출근 시간까지 조정해주며 심지어 비행기 이착륙까지 통제를 해주고 있다. 혹여라도 늦은 친구는 경찰차나 구급차를 타고 도착해 박수를 받으며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고 전국에 있는 오토바이는 어찌 이리 많은지 늦은 학생을 태워다 나르기 바쁘다. 도착한 그 앞에는 각 학교에서 나온 많은 후배의 사물놀이 응원과 마중을 나온 부모님들은 저마다의 종교로 자식들의 좋은 결과를 염원했고 어떤 부모님은 학교 정문에 떡하니 대형 엿을 붙어 놓으셔서 그걸 떼느라 고생했었던 기억도 있다. 여러 가지 모습들이 뒤엉켜 이게 무슨 난리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풍경을 만들어 준다.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동안 아무도 주목해주지 않았지만 이날만큼은 고3 학생 및 모든 수험생은 스타가 된다. 온 기자들이 출동해 이날의 풍경을 앞다퉈 기사화하기 바쁘고 심지어 이 장면이 신기했던지 외국 취재진까지 보도할 정도였다. 시험 후도 풍경은 별반 다를 게 없다. 수능 만점자가 나오면 온 신문과 뉴스에 도배가 되고 뉴스 인터뷰에서 그 학생은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말에 한숨이 나왔었고 우리 때는 심지어 ‘공부가 제일 쉬었어요’라는 책까지 나와서 읽어 보기도 했다. 합격자가 발표되면 각 학교에서는 서울대 연대 고대 합격자 수와 학생의 이름을 표시 후엔 대자보와 플랜카드로 걸어 놓기 바빴고 이 학원 출신 누가 서울대에 붙었다는 학원들의 홍보도 늘어난다.

 

시골에선 우리 동네 출신 아무개 서울대 합격이라는 플래카드를 마을 입구에 걸어 놓기도 했다. 심지어 지역의 국회의원들은 좋은 대학의 수석 합격자에게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무려 12년간의 고생이 하루아침에 결정이 될 상황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그 누군들 긴장을 안 했을 수 있겠고 20년 전의 나도 역시 그랬다. 그때는 수능 시험만 끝나면 내 인생의 고생도 끝이라고 생각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공부 잘하는 학생은 바로 출세와 연관 지었고 명예의 관문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올해도 비슷한 풍경이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한 번의 내 인생을 결정짓는 시험이란 생각은 버려두었으면 좋겠다, 살아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시린 겨울 마음 졸이던 합격자 발표 날에 부둥켜안고서 이제는 고생 끝 행복이다. 그때 그랬지”라는 가사도 있지 않은가. 많은 수험생에게 수능은 단지 새로운 출발일뿐 이라는 말과 함께 진심 어린 행운을 빈다.

 

개그맨 황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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