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설리의 비극 부추긴 ‘악플’… 쌓일수록 피해자는 ‘피폐’

입력 : 2019-10-16 13:31:20 수정 : 2019-10-16 20:40:23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정희원 기자]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의 사망소식이 전해지며 애도가 쏟아지고 있다.

 

비보가 전해지자 설리의 ‘극단적인 선택’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2014년부터 쏟아진 ‘악플’(악성댓글)이 한 몫했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설리는 또래 여자 아이돌 중에서도 유독 험한 악플에 시달려왔다. 일부에서는 “다같이 마녀사냥을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애도하는 분위기도 의아하다”거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어린 여자아이에게 존재 자체로 악플을 다는데 그걸 어떻게 버텼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악플, 마음건강 갉아먹는 ‘부정적 요소’

 

전문가들은 악플 자체만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말에 시달리며 쌓인 스트레스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설리는 대중으로부터 여성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성적인 악플에도 시달렸다. 루머 수준을 넘어 그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악플이 수백개씩 달리곤 했다. 고인이 된 가수 유니와 송지선 아나운서 역시 비슷한 케이스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설리를 직접 진료한 게 아닌 만큼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무언가를 예측할 수는 없다고 일축한다. 다만 한 사람에게 악플이 수년간 지속되며 부정적인 감정이 누적돼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울증을 가진 상황에서 악플에 노출됐든, 반대로 악플로 인해 우울증이 발현된 상황이든 마찬가지다.

 

◆악플 피해자, 실생활에서의 ‘왕따’처럼 받아들이기도

 

홍나래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악플이 이어질 경우 ‘사람들이 내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구나, 이를 해결할 수 없구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구나’ 같은 생각에 빠질 수 있는데, 이같은 상황이 수년간 반복되면 온라인에서의 악플도 마치 실생활에서 이뤄지는 왕따와 마찬가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악플 자체가 극단적 선택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악플에 노출된 연예인에게 ‘연예인이니 감내해야 할 몫’이라고 치부하기엔 무거운 일인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피해자는 ‘사실 여부’보다는 사람들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 자체에 상실감을 느낀다. 물론 같은 악플을 받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는 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공격’에 시달리면 우울감에 빠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상황에 대해 ‘희망이 없다’고 느끼고, 이같은 감정이 더해져 충동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같은 선택에 나선다.

 

특히 여성은 우울한 감정이 퇴적되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의 충동조절이 어려워질 때 극단적 선택을 하지만, 남성은 ‘욱’ 하는 기질로, 여성은 차츰차츰 쌓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 돌이킬 수 없는 행동에 나서는 성향을 보인다. 실제로 자살 시도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이 하지만, 자살 시도 후 사망률이 높은 쪽은 남성이다. 아무래도 여성보다 충동적인 성향으로 위험한 방법을 시도하는 편이 많기 때문이다.

 

◆우울증 겪는 주변사람 ‘조언말고 들어주세요’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시행하는 확률이 높은 것은 우울해지면 똑같은 상황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울증은 마음먹기에 따라 극복할 수 있거나, 개인이 ‘힘을 내면’ 이겨낼 수 있는 기분의 문제가 아닌 ‘질환’이다.

 

홍나래 교수는 “우울감을 가진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이 얼마나 힘든지 들어주는지 이해하는 게 아닌 ‘잘 들어주는 것’”이라며 “징징거리는 것을 모두 받아주라는 게 아닌, 힘든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를 주의깊게 들어주고 관찰하는 게 극단적 선택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우울증 환자의 ‘힘듬’에 대해 조언하거나 훈계하려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 덧붙였다.

 

happy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