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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시장 크로아 직항 뜬 뒤… 희비 갈리는 '한진 형제'

입력 : 2019-01-30 03:00:00 수정 : 2019-01-30 10: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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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작년 자크레브 신규 취항 / 9년 간 전세기로 독식하던 한진관광 / 패키지 상품 판매 수익 하락에 영향 / "서운한 점 전혀 없어… 뜬소문 자제" / 업계 "갑을 관계… 대놓고 말 못할뿐"

[정희원 기자] 최근 국내서 가장 떠오르는 여행지 중 하나는 단연 ‘크로아티아’다. 푸른 빛 청량한 지중해와 아드리아해를 품은 이 나라는 유럽의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다. 과거에는 유럽여행 환승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지난해 9월 대한항공이 수도 자크레브에 취항한 이후 본격적인 관광지로서 부상하고 있다. 여행 관련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들은 너도 나도 크로아티아를 들러 ‘인증샷’을 남길 정도였다. 신혼여행지로도 떠오르고 있다. 실제 크로아티아 통계청의 2017년 외국인 관광 통계에 따르면, 크로아티아를 방문해 1박 이상 숙박한 우리 국민은 44만8636명으로 전년 대비 19.6% 증가했다. 독일·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이탈리아 등 인근 유럽 국가와 미국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크로아티아 패키지 상품의 원조는 한진관광이다. 약 9년 전부터 전세기를 띄워 ‘럭셔리 패키지’로 운영하는 중이다. 현재 정확한 점유율이 집계되지는 않지만 대한항공을 타고 가는 크로아티아 패키지는 거의 한진관광의 상품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이 자크레브 취항 이후 국내 크로아티아 여행은 ‘한진그룹’이 독식하는 셈이다.

한진관광은 과거부터 발칸 지역 시장을 선점하고, 유럽 시장을 강화할 계획을 천명해왔다. 2018년 4월 이른바 ‘물컵갑질’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앞서 2014년에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캠페인을 통해 크로아티아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또 이를 통해 유럽노선 탑승률이 평균 10% 이상 증가했다고도 발표했다.

 

한진그룹 입장에서 크로아티아가 흥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일각에서는 한진관광이 대한항공 자크레브 직항 취항 이후 남몰래 쓰린 속을 다스린다는 말이 속속 들린다. 여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관광은 대한항공에 ‘이용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느끼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이는 동일한 여행지에 대해 패키지 여행 등 관광상품으로 풀 것이냐, 직항 비행기를 태울 것이느냐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됐다.

대한항공 직항 이전까지는 한진관광이 패키지 상품으로 관광객을 모객해 전세기를 띄우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 한진항공은 대한항공의 직항 취항 이전까지 1년에 5~7편 정도 크로아티아행 전세기를 꾸려왔다.

한진관광은 패키지 상품 운영 시 대한항공 비행기 전 좌석을 단독으로 가져왔다. 한 회사에서 단독으로 전세기를 띄운 경우 다른 여행사에서는 예약이 불가능하다. 이렇다보니 탑승객을 다 채우지 못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대한항공이 한진관광에 ‘떠넘기기’를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한진관광에서만 크로아티아 여행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여행패키지 상품으로 전세기를 띄울 경우 여행사가 모든 권한을 갖게 된다”며 “예컨대 탑승 정원이 200명이라면, 이를 모객해 항공사에 비행기를 띄워 달라고 요청하면 항공사는 이를 승낙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항공사가 직항을 띄우겠다는 것은 직접 티켓 판매에 나선다는 의미로, 여행사를 통할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라며 “더욱이 제각각 다른 회사라고는 하지만 한진그룹 내 한솥밥을 먹는 식구끼리 미묘해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항공 업계 관계자도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좋은 노선이면 당연히 직항을 띄우는 게 맞고,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패키지여행보다 자유여행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 개연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한진관광이 그동안 크로아티아 전세기로 재미를 봤는데, 대한항공 직항취항으로 내심 서운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진관광은 대한항공 크로아티아 직항 취항 후 여행 패키지 상품 매각이 얼마나 줄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두 회사는 이에 대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런 서운함에 대해 ‘금시초문’이란 입장이다.

한진관광은 보다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기존까지는 전세기를 띄워 왔지만 직항 취항 이후 정기편을 통해 오히려 우리가 대다수를 점유하던 크로아티아 여행시장의 파이를 다른 곳까지 나눠준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런 소문을 내는 대다수 여행사들에게 불만이 크다. 한진관광 관계자는 “직항을 띄운 뒤 패키지 수요가 줄어 어느 정도 손해를 본 것은 사실이나, 대한항공에 서운한 점은 전혀 없다”며 “이보다는 우리의 노력으로 새롭고 멋진 크로아티아 여행이 뜬 것에 대한 자부심 느낀다는 점을 조명해달라”고 말했다. 또 “그런 식으로 두 회사를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행 업계에서는 ‘가족같은 사이인데 서로 그런일이 없다, 서운하지 않다고 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다만 한지붕 가족이더라도 그룹 내 규모와 입지 면에서 대한항공이 갑이고, 한진관광이 을인 상황인 만큼 한진관광이 대한항공에 대놓고 서운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크로아티아 전세기가 한진관광의 효자상품인 것은 사실이나, 당장 매출을 크게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한항공과 한진관광은 밥그릇을 나눠야 하는 사이이고, 사실상 한진그룹내에서 크로아티아 여행지 취항 및 관광상품 독과점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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