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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다녀오면 충분? '3박4일' 모자란 나가사키

입력 : 2019-01-09 03:00:00 수정 : 2019-01-09 10: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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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명소’ 데지마 와프
항구와 마주… 야경이 일품
‘작은 유럽’ 같은 구라바엔
서양목조건물과 섞여 독특
짬뽕·카스테라·치브스 등
다양한 먹거리·맛집 즐비
온천까지… 알찬 여행 가능

[나가사키=정희원 기자] 처음 나가사키 여행을 계획한 것은 ‘짧은 휴식’을 위해서였다. 지인들도, 인터넷에서도 나가사키를 두고 “2박3일이면 지루해지는 곳”이라고 평했다. 심지어 후쿠오카에서 놀다가 ‘심심할 때 하우스텐보스에 가기 위해 들르는 곳’이란다. 하지만 웬걸, 3박4일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다.

나가사키는 다양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일본 특유의 감성이 넘치고, 유럽 분위기와 섞인 독특한 명소가 즐비하며, 온천까지 즐길 수 있다. 걷고, 둘러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다보면 어느새 귀국할 시간이다.

◆나가사키에선 역시 ‘짬뽕 한그릇’

아침 일찍 직항 비행기를 타고 점심시간에 조금 못 미쳐 호텔 체크인까지 마쳤다. 첫 일정은 일본 3대 차이나타운 중 하나인 이곳에서 명물 ‘나가사키 짬뽕’을 먹는 것이다. 차이나타운에서 전차로 5분 남짓 위치에 원조집 ‘시카이로’(四海樓)가 있지만,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평에 지도 앱을 켜고 ‘현지 맛집’ 찾기에 나섰다.

휘황찬란한 차이나타운 입구에서 조금 들어간 곳의 취사정(翠獅庭)의 평이 좋아 택했다. 민트색 건물이 눈에 확 들어와 찾기 쉽다. 탱글한 레몬크림새우와 돼지고기·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짬뽕을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짭쪼름하면서도 깊은 맛에 숟가락을 놓을 수 없다.

중화거리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가장 번화가인 하마노마치 아케이드까지 어렵지 않게 도달한다. 하마노마치에는 드럭스토어·돈키호테 등 잡화점이 늘어서 있지만 화려한 쇼핑을 즐길 만한 곳은 아니다. 아케이드 내부 하마야백화점이 나가사키 시내에서 명품 손수건, 양산, 화장품 등을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인 듯하다.

◆나가사키에서 만나는 유럽, 과거로 ‘시간여행’ 떠나볼까

나가사키는 흔히 ‘일본 속 작은 유럽’으로 불린다. 오랜 시간 무역 요충지 역할을 하면서 네덜란드·포르투갈·영국 등 서양문물을 받아들일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차이나타운 도보 15분 거리에는 부채꼴 모양의 인공섬 ‘데지마’(出島)를 찾아가보자. 서구적인 목조건물과 일본의 분위기가 뒤섞인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특히 17세기 네덜란드 상관이 이곳으로 옮겨지며 220년간 해외무역 창구 역할을 했다. 이제는 잘 정비된 역사콘텐츠 관광지다. 건물마다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인, 네덜란드 공사들의 생활모습을 그대로 녹여냈다.

좀더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기모노를 빌려보자. 2000엔이면 기모노를 빌리고 여성은 전통의상에 어울리도록 머리손질까지 받을 수 있다.

나가사키 유럽 분위기의 정점은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지 ‘구라바엔’(グラバ-園, 글로벌공원)에서 느낄 수 있다. 3만 평에 달하는 정원과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가옥인 ‘구라바 저택’이 인상적이다.

구라바엔 아래에는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목조고딕양식 성당 ‘오우라천주당’(大浦天主堂)이 우뚝 서있다. 1864년 프랑스인 선교사가 이곳 순교자 26명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흰색과 짙은 에메랄드색으로 지어져 우아한 외관을 자랑하며,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무척 아름답다.

◆일본 3대 야경명소, 로맨틱 분위기 ‘물씬’

나가사키는 일본 3대 야경 명소로 꼽힌다. 나가사키 항구를 마주한 ‘데지마 와프’(出島ワ-フ)는 바닷길을 따라 세련된 카페·레스토랑이 즐비해 야경 데이트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일몰이 시작되면 부둣가에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바다 건너 마을 불빛까지 합세해 장관을 이룬다. 인근 나가사키 현립 미술관 옥상정원도 숨겨진 야경명소다.

◆앤티크한 카페에서 즐기는 ‘명품 카스테라’

포르투갈식 디저트를 현지화한 게 ‘나가사키 카스테라’다. 후쿠사야(福砂屋)·분메이도(文明堂)·쇼오켄(松翁軒) 등이 3대 카스테라 명장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도 쇼오켄 본점을 들러보길 추천한다. 1681년 문을 연 이곳은 2층에서 카스테라와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빨간 카페트, 짙은 체리색 원목가구, 알록달록한 조명과 빈티지한 테이블웨어에서 ‘내공’이 느껴진다. 750엔에 초코·녹차·플레인 중 두 가지 맛의 카스테라,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다. 카스테라는 찰진 듯 부드러운 식감을 보이며, 굵은 설탕이 바삭하게 씹혀 달콤하다. 라떼도 좋지만 산미가 느껴지는 아메리카노와 좋은 궁합을 보인다. 나머지 3대 카스테라를 맛보지 못했더라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 제품은 모두 공항에서 구입할 수 있다.

◆골목 속 곳곳 숨어있는 ‘미식로드’

나가사키 맛집 하면 돈까스 명가 ‘분지로’, 해장으로 그만인 토마토라멘을 선보이는 ‘히이라기’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밖에도 골목 곳곳에 오래된 ‘강호’들이 숨어있다.

우선 시안바시역 근처에는 1946년 개업 이래 대대로 운영되는 ‘후지오’(富士男)가 있다. 개화기 세련된 남녀가 찾을 듯한 내부 분위기에 놀란다. 주인 할아버지·할머니를 주축으로 서빙과 조리가 이뤄진다. 주특기는 샌드위치다. 머스타드를 바른 폭신한 빵에 부드러운 계란을 올린 계란샌드위치, 오이와 햄을 얇게 저며 마요네즈를 곁들인 햄샌드위치, 생크림과 제철과일을 버무린 과일샌드위치(후르츠산도)는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섬세한 맛을 자랑한다.

저녁에는 간코도리 주변에서 ‘생맥주’를 즐겨보자. 친절한 사장님이 운영하는 시끌벅적한 일본의 선술집 분위기 느끼고 싶다면 56년 전통의 한입만두 명가 ‘호운테이’가 적격이다. 이곳의 주력 메뉴는 한입에 쏙 들어가는 교자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육즙이 흐르는 야끼교자, 이국적이면서도 감칠맛 나는 국물과 어우러진 스프교자, 반숙 계란부침에 부추랑 돼지고기 들어간 치브스 등이 인기다. 주문 즉시 눈앞에서 조리되고, 메뉴 당 400~500엔대로 부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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