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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90. 기본에 충실하자

입력 : 2018-03-20 19:04:41 수정 : 2018-03-20 19: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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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말, 그 당시 연예계는 가극단 중심이었다. 유명 가극단의 가수와 배우는 팬들을 몰고 다니는 당시 최고의 스타였다. 여러 가극단 중 백조 가극단에 J라는 배우가 있었다. 그녀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으며 현재 인기배우 C 씨의 외할머니가 된다. 백조 가극단이 부산의 모 극장에서 공연을 하였을 때의 일이다. 그녀는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지방 유지들이 마련한 자리에 참석하였다.

부산 공연이 성공리에 막을 내린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함께 자리했던 지방유지 한 분이 그녀에게 즉석공연을 청했다. “여기 있는 분들도 대중이니 가극 한 토막을 이 자리에서 보여주십시오.” 배우와 상의도 없이 부탁을 한 것이다.

그러자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나는 무대에서만 연기하는 사람입니다. 배우는 무대에서만 빛이 납니다. 이런 사석에서 내게 연기하라는 것은 너무 무례하지 않습니까?”라며 화를 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아무도 그녀를 붙잡을 수 없었다. 양해도 없이 연기해 달라 청했던 자신들이 부끄러웠다.

요즘 기준으로 생각하면 배우의 행동이 오만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배우는 설 자리인지 아닌지를 분명하게 구분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 사람이었기에 우리는 오래도록 스타로 기억하는 것이다. 지금이야 대중이 원한다면 스타 스스로 망가지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 팬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졌지만 그 당시에는 품위 유지가 스타의 자존심이었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부작용도 생겼다.

유명골프 선수 K는 잘생긴 외모 때문에 여성 팬이 많았다. 여성 팬을 몰고 다니는 그는 팬들을 가까이하면서도 일정 거리를 두고 있었다. 대회에 나가면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던 그가 언제부턴가 성적이 좋지 않았고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골프를 좋아하는 내가 사회인 골프대회에 나가 2위를 한 적도 있어 나를 찾아와 고민을 얘기했다.

그를 위한 구명시식에서 뜻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성적이 부진했던 원인이 한 여성 팬 때문임이 밝혀졌다. 그를 짝사랑했던 여성 팬이 그가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 후 영가가 되어 그가 경기할 때마다 따라와서 훼방을 놓았던 것.

그간 사정을 알게 된 그는 미안한 마음에 그녀의 묘를 찾아가 자신이 소홀하게 대했던 점을 사과했다. 그녀가 마음을 풀어서일까. 그는 그해 생애 최초로 KPGA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었다. 우승 후 “정말 힘들군요. 이제 팬들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제 골프인생을 살고 싶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유명인사들의 성추문 얘기들이 연일 끊이지 않는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법조계, 학계까지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어 그 심각함이 매우 우려된다. 인터넷 검색어에 오르는 사람들은 모두들 한때는 자기 분야에서 잘 나가는 스타였다. 하지만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인성(人性)에 문제가 있다면 그 과보를 피할 수가 없다. 우월적인 힘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면 그 상처가 얼마나 깊겠는가. 연예계 스타가 아니더라도 어느 분야의 최고 자리에 오르면 주위에 사람이 모이고 온갖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 행동 하나하나가 세인의 관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사람은 근본을 잊지 말고 기본에 충실해야한다.

배우는 무대에서 말하고, 정치인은 국민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면 된다. 스타가 품위를 버리고 교만을 부리면 그 결과가 어찌될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세상에 인과의 법칙만큼 냉정한 것이 없다. 세인의 지탄을 받는 사람이나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사람이나 모두 인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날의 가극단 배우가 왜 자신은 무대에서만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는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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