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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와이드인터뷰] 유희관 "타고난 성격, 호불호 어쩌겠어요?"

입력 : 2016-07-10 10:27:41 수정 : 2016-07-11 17: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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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좌완선발 유희관(30·두산)에 인터뷰를 요청하자 거리낌없이 “오래 걸려요? 그러면 밥 먹고 올게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편한 대답, 익숙한 광경이다. 워낙 친화력이 좋아 야구장 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잠시 후 나타난 유희관은 “아유∼ 하도 밥을 빨리 먹어서 체하겠어요”라며 나타났다. “오랜만에 입 좀 풀어야겠네요.” 유희관은 그렇게 조목조목 말하기 시작했다.

◆유쾌하다 vs 불쾌하다=유희관의 성격을 KBO리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개그맨 뺨치는 유머감각과 아나운서를 놀라게 만드는 말투는 어느새 ‘달변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또 훈련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현장 관계자 한명 한명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다. 친화력에서도 독보적이다.

그렇지만 세상사 좋은 평가만 있는 게 아니다. 유쾌하고 밝은 것은 좋지만, ‘너무 가벼운 게 아니냐’는 평가도 없지 않다. 어떤 선수들은 이런 유희관을 보고 “또 시작했네”라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유희관은 똑똑한 선수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모를 리 없다. 유희관은 “내 스타일에 호불호가 많이 있다는 것은 안다.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설친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더라”며 “그런데 타고난 것이다. 굳이 참으면서 살 이유가 있나”고 솔직하게 말했다. 유희관은 “야구장 밖에서도 진지한 건 아닌 것 같다. 야구 외적인 모습을 팬들이 많이 좋아해주신다. 오히려 이런 게 팬 서비스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사람을 다 좋아하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이라고 확고하게 말했다.

유희관은 프로의 존재이유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최근 해외파 한 유명선수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팬들의 사인요청을 묵살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이유다. 프로의 세계에서 팬은 리그 존립의 절대명제다. 메이저리그에서 팬사인을 거절하면 큰 징계를 받기도 한다. 프로야구선수협회 박충식 사무총장도 이 부분에서는 “선수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못을 박았다.

유희관은 “난 차가 없다. 지하철에 갈 때 사람들이 몰려오면 웬만해서는 다해드린다”며 “하루에 한 50장? 출근 후 구단 요청사항까지 있으니 그보다 더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후 던진 한 마디가 유희관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유희관은 “아직도 어릴 때 사인을 잘해준 선수와 안 해준 선수가 기억이 난다. 그런 기억이 있어 더 신경을 쓴다”며 “사실 감사한 일 아닌가, 예전에 (김)현수와 가는데 나한텐 사인부탁을 안해 옆에 있는데 진짜 민망하더라. 사인해 줄 때가 행복한 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공을 잡으면 무서운 사나이=마운드에서는 달라진다. 1구1구에 온 힘을 쏟아붓는다. 140㎞도 채 나오지 않는 직구구속, 유희관은 투수로서 생존의 위협을 받는 약점을 가지고 있어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

유희관은 올해 17경기에서 9승1패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 중이다. 2013년부터 4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달성하기 직전이다. 지난해는 토종 투수로는 가장 많은 18승을 거둬들였다. 무엇보다 유희관의 매력은 ‘이닝소화력’이다. 107⅔이닝을 소화했는데, 리그 5위에 해당한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10회로 공동 6위고, 퀄리티스타트+(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8회로 헥터(KIA)와 공동 1위다. 또 풀타임 선발로 정착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전 구단 투수 중 가장 많은 승수(39승)를 거뒀고, 가장 많은 이닝(474⅔이닝)을 소화했다. 배팅볼 투수라는 평가에서 어느새 ‘느림의 미학’, ‘컨트롤 아티스트’라는 평가를 받는 명선수가 됐다. 등판 내내 스트라이크 좌우 낮게 형성되는 탄착점은 핀포인트 제구를 보여주는 핵심이다.

유희관은 “사실 이닝이터 욕심이 많이 난다. 그런 욕심을 내니 좋은 기록이 나오더라”며 “팀에서 로테이션을 안 거르는 게 목표다. 그래서 부상방지를 위해 몸관리에 매우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유희관은 그간 구속에 대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무리 ‘느림의 미학’으로 포장해도 프로 투수라면 속상한 일이다. 유희관이라고 힘으로 윽박지르는 피칭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장점을 살리면서 어느새 정상급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4시즌째 변함없는 모습, 이제는 유희관의 기량에 물음표를 다는 이들은 없다.

유희관은 “내가 우리나라 투수 중 가장 많이 시험대에 오른 사람 같다”며 “내가 안고가야하는 부분이다. 공이 느리다 보니 인정도 못 받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방심은 없다. 요즘도 유희관은 항상 타자성향을 준비하고 분석한다.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진짜 배팅볼이 될 수도 있다. 유희관은 “3년 연속 10승 이상을 했고, 올해로 4년 연속이다. 그런데 난 아직도 (불안하다는)꼬리표를 못 뗀 것 같다”고 속상해했지만 “공이 느린 투수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흐뭇하다”고 웃었다. 이제 베테랑 투수의 느낌이 난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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