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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인터뷰]‘겸손한 3할 타자’ LG 채은성 “매 순간 야구가 절실하다”

입력 : 2016-06-11 06:01:00 수정 : 2016-06-11 16: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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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박인철 기자] “끝까지 버텨보겠습니다.”

올 시즌, 20대 선수들이 많이 등장한 LG에 가장 주목받는 야수를 한 명 꼽으라면 단연 채은성(26·LG)이다. 10일까지 51경기 타율 0.311(리그 26위) 4홈런 44안타 33타점(23위)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타점은 LG에서 히메네스(43개)에 이은 2위다. 2014년 1군 데뷔 후 지난 2년간 쌓은 타점(35개)을 올 시즌 절반도 안 돼 역전할 기세다. 

사연이 많은 선수이기에 지금의 활약이 값지게 느껴진다. 프로의 시작이 육성선수(2009년 LG)였고 정식선수가 되기까지 5년이 걸렸다. 군대도 현역으로 다녀와 미래가 불투명한 선수였다. 그러나 채은성은 야구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손에 놓지 않으며 묵묵히 땀을 흘렸고 마침내 그 결실을 조금씩 손에 잡고 있다. 이제는 어떤 투수가 나오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LG의 주축 선수로 커가고 있다.

최근 스포츠월드와 만난 채은성은 “7년 전에 감히 상상조차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나도 신기하다”면서 “이제 50여경기 치렀을 뿐이다. 입만 놀리는 선수가 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타격 지표에 이름을 오르내리더라. 기분이 어떤지.
“원래 잘하던 선수가 아니기에 기록을 잘 찾아보지 않는다. 아직 기록에 신경 쓸 '짬밥'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이른 것 같다. 시즌이 절반도 되지 않았고, 레이스가 길기 때문에 순간에만 집중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타격감은 어떤 편인지. 최근 10경기(타율 0.375 12안타 8타점) 성적이 좋다.
“나쁘진 않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못 친 경기가 있으면 많이 집착했는데 올해는 그런 경기는 빨리 잊고 순간에만 전념하는데 그 덕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던 건지.
“팀이 젊어졌고, 외야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나도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사실 주변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내 기사가 나오면 댓글도 다 보고 그랬는데 상처가 너무 커서(웃음). 이제는 기사만 보는 정도고 야구에만 집중하려 한다. 야구 못하는데 입만 놀린다는 얘기가 제일 듣기 싫다. 야구 잘하고 싶다.”

-사실 올 시즌 주목받는 외야수는 아니었다.
“인정한다. 경쟁자도 많고 군에서 제대한 선수들도 있어서 더 치열해졌다. 팀도 발 빠른 야구를 한다 그래서 내 자리가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조바심 느끼고 못하면 쫓기고 그랬는데, 결국은 내가 잘하면 분명히 기회가 온다고 믿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까진 결과가 나쁘지 않다”

-올해 이런 페이스는 예상도 못했겠다.
“물론이다. 올해는 1군에서 뛸 수 있을까 우려가 많았다. 사실 돌이켜보면 지금 잠실구장에 서있는 자체가 신기한 일인데… 7년 전만 해도 1군에서 뛴다는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했다. 육성선수였을 때는 매일 매일 낭떠러지에 있는 기분이었다. 언제 커트되도 이상한 신분이 아니지 않나. 팀도 돈을 받고 들어온 선수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내가 1군에서 뛸 거라고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마음이 이제 자양분이 된 것 같다. 군대도 현역으로 갔다 와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서 버틸 수 있었다.”

-주변이라면?
“코치님들이다. 난 정말 은인이 많다. 처음에 수비가 약하니까 서용빈 코치님이 먼저 포수 전향을 권해주셨다. 팀에서 살아남으려면 포수를 해야 한다고 권해주신 거다. 이후에 장광호(현 SK 퓨처스 배터리코치)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수비가 많이 늘었다. 결국 포수로는 성공을 못 했지만… 그때의 그런 기억들이 외야 수비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된다. 시야도 넓어졌고.”

-특히 장광호 코치를 은인이라고 표현하던데.
“한 마디로 나를 살려주신 분이다. 현역으로 군대를 갈 때 정말 불안했는데 코치님이 ‘돌아와도 네 자리는 있으니까 안심하고 갔다와도 된다’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다. 군에 있을 때도 내가 불안해할까봐 전화를 많이 해주셨다. 자신감을 가지라고 늘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가끔 전화 드리면 내 활약을 먼저 얘기하시면서 본인이 더 좋아하신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힘든 과정이 있었던 만큼 가족들도 많이 기뻐할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이나 나나 대놓고 감정을 표현하는 가족은 아니다. 대신 마음으로 열렬히 응원해주신다. 부모님은 지방에 계셔서 야구장도 많이 못 오신다. 아들이 괜히 신경 쓸까봐 야구 얘기도 많이 안 하신다. 특별히 잘한 경기만 ‘고생했다’고 전화를 주시는 정도? 근데 난 그런 부분이 더 고맙다. 눈에 보이진 않아도 배려해주려고 하시는 그런 모습이 야구를 더 열심히 하게 만든다. ”

-외야는 많이 편해졌나.
“익숙해졌다. 아, 중견수는 조금 어렵다. 발이 느려서 타구 판단할 때 어려움이 좀 있다. 코너는 적응이 다 됐다.”

-사구를 맞을 때마다 전력질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금 KIA에 계신 김민호 코치님이 조언해주셨다. 어디 부러지지만 않으면 약한 모습 보이지 말고 상대를 잡아먹으라고 하셨다. 경기 시간도 나름 단축되니 모두에게 좋은 거 아니겠나(웃음).

-시즌 전 목표가 있었을 것 같다. 혹시 수정된 목표가 있는지
“수치적인 목표는 아예 세우지 않았다. 내가 처음부터 주전 선수도 아니고 그런 목표를 세울 레벨이 아닌 것 같다. 나는 1군에서 버티는 게 최고 목표다. 풀 시즌을 치러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매 경기에 집중하는 것만도 벅차다. 지금처럼만 하자는 마음이다. 사실 여자친구랑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정확한 날짜는 안 잡았고 내가 야구 잘하는 시즌에 하자고 말은 해놨다. 그게 올 시즌이 되면 좋겠는데(웃음). ”

club1007@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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