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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불발’ 넥슨, 조직개편… 내실 다지기로 재도약 나선다

입력 : 2019-08-18 18:36:40 수정 : 2019-08-18 18: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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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온라인 게임·모바일사업 통합 / “잘하기 위해 합쳐… 구조조정 없어 / 실무 중심으로 업무 유연성 높여 / 변화 통해 더 좋은 게임 선보일 것”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넥슨 사옥

[김수길 기자] 지난 2012년 말 일본 도쿄 핫쵸보리에 위치한 넥슨재팬(일본법인)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최승우 당시 넥슨재팬 대표(현 넥슨 명예회장)는 일본 도쿄 증시 상장을 마친 뒤 첫 돌을 맞은 소감에 대해 “넥슨은 이제 글로벌 증시에서 주목하는 기업으로 자리했다”며 “1년이 흐른 지금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고, 글로벌 스탠다드(세계 기준)에 맞게 기업 경영에 탄력성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넥슨은 상장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갔고, 한국에서 출발한 게임 기업으로는 최초로 2017년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3조원을 넘길지 관심대상이다. 여기에는 시장 환경에 맞는 상시적인 조직 개편과 경영진의 선행적인 대응이 주효했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엔엑스씨(NXC) 이재교 본부장도 “한때 넥슨은 3∼4년마다 조직 개편이 이뤄진다는 정설이 있었는데, 이는 틀린 말”이라며 “상시적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설명한다.

2019년 새해 벽두 창업주의 기업 매각 의사를 전한 넥슨이 이 같은 시도를 당분간 수면 아래에 놓고, 사업조직을 개편하면서 재도약에 나선다. 앞서 10여년 간 개발 분야보다 배급 또는 투자를 통한 사업 영역에 좀더 초점을 둔 넥슨은 사업 부문이 기업의 핵심 축이나 마찬가지다. 이 연장선에서 이달 16일자로 PC온라인 게임 사업을 담당해 온 사업본부와 모바일사업본부를 합치는 것을 포함해 전반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통합 사업본부는 플랫폼 구분 없이 주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9개의 그룹으로 바뀐다. 넥슨 관계자는 “실무 중심의 빠른 의사 결정구조로 업무 유연성을 높였다”고 소개했다. 김헌 사업총괄 부사장이 본부를 이끌게 된다. 김 부사장은 넥슨의 캐시카우로 등극한 ‘피파온라인’ 시리즈를 흥행시킨 주역이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이번 조직 개편에 대해 “더 잘하기 위해 사업조직을 통합하는 것이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직 재편 수혜자 이정헌 대표의 경험

이를 두고 매각 보류로 인해 반대급부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도 있지만, 이는 엄연히 사실이 아니다. 실제 게임 업계에서는 7월께 NXC의 지분 매각이 최종 무산되자 경영 실적 개선과 내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게임 라인업 및 인력에 대한 슬림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이정헌 넥슨 대표는 넥슨 주최 NYPC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더 잘하기 위해 사업조직을 통합하는 것이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주사 지분 매각 이슈와 실적 부진으로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대규모 조직 개편을 통한 내실 다지기로 환기시킨다는 셈이다.

넥슨에 일했던 옛 인사들과 넥슨 내부에 정통한 인사들 역시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는 반응이다. 넥슨과 배급 사업을 함께 했던 한 인사는 “김정주 NXC 대표뿐만 아니라 넥슨 경영진들은 사내 구성원들의 전환배치나 사업구조 재편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갖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이런 조치가 기업의 방향성 설정과 결과 도출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넥슨 측은 플랫폼 구분이 모호해진 국내·외 게임 시장에서 PC온라인과 모바일로 사업 전략, 인적 자원을 나누기보다 20년 이상 쌓인 사업 경험을 융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PC온라인 게임 비중이 높았던 과거에 모바일 게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별도의 사업 전략이 필요했다면, 모바일 기기로 고사양 게임까지 자유자재로 시연 가능한 현재의 시장환경에서는 플랫폼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오히려 사업본부 통합으로 넥슨은 PC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에서 각각 누적된 사업·마케팅 노하우를 ‘상호 공유’하며 새로운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개편에는 이정헌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는 2018년 1월 취임 이후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위한 가벼운 조직구조를 지향점으로 잡았다. 대표 자리에 오르자마자 신규개발 조직을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전면 조정한 게 일례다. 기존 신규개발본부는 각각 개성과 특색을 가진 7개의 스튜디오로 재편됐고, 각 스튜디오는 운영 전반에 걸쳐 자율적인 권한을 갖게 됐다. 이정헌 대표 본인도 조직구조 재편의 수혜자로 불린다. 신입사원으로 넥슨에 입사해 약 16년 간 사원부터 중간관리자, 총괄 임원을 거쳐 대표이사까지 오르면서 축적된 다양한 실무 경험이 개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개발조직에 이은 사업조직 개편으로 사내 전반에 걸쳐 효율성과 유연성을 폭넓게 확보하게 됐다.

 

◆생존을 위한 사업재편 이력은 ‘성공적’

넥슨은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전환되고 중국 시장의 확대와 북미·유럽 개척, 경기악화 등 변화무쌍한 시장환경에 맞게 조직 신설과 폐지, 개편으로 적극 대처해왔다. 최근 들어 사업·마케팅 조직의 경우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개편 작업을 수시로 실시했다. 모바일 게임 비중이 대폭 늘어나면서 매출 기록 경신이 이어졌던 2013년 넥슨은 모바일사업실을 신설하고 이듬해에는 대표 직속 부서로 두며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2015년에는 ‘도미네이션즈’ 같은 게임들이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등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자 일명 ‘해외 모바일사업본부’를 새롭게 만들었다. 2016년에는 글로벌 원빌드(One Build, 동일한 방식의 서비스) 전략을 구가하면서 해외와 국내 모바일 사업본부를 통합해 효율성을 배가했다.

‘바람의나라: 연’

이런 변화를 몸소 체험한 이정헌 대표는 사업조직 개편 방향을 취임 직후부터 구상했다. 하지만 NXC의 지분 매각 이슈를 겪었고, 넥슨코리아(한국법인)가 1994년 말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 전환하는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넥슨을 둘러싼 여건은 녹록지 않게 됐고, 장기적인 흥행 신작 부재 등 산적한 숙제도 어느새 생겨났다.

‘V4’

각론으로 우선, 넥슨은 15년만에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에 불참을 결정했다. 넥슨은 2005년 지스타 첫 개최부터 빠짐없이 참가해왔다. 매년 가장 큰 규모로 전시공간을 꾸리고 신작을 미리 알리면서 업계 맏형으로서 역할에도 충실했다. 넥슨 관계자는 “현재 개발·서비스 중인 게임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기 위해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운터사이드’

절치부심(切齒腐心)의 심정으로 내부 정비를 단행하는 넥슨은 동시에 역량 있는 후속작으로 하반기를 대비한다. 지금의 넥슨을 있게 해준 첫 게임 ‘바람의나라’를 모바일화 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바람의나라: 연’을 비롯해 ‘히트’·‘오버히트’의 개발사 넷게임즈에서 손을 대고 있는 또 다른 모바일 MMORPG ‘V4’, 서브컬처 게임 개발 전문가들이 포진한 스튜디오비사이드에서 착수해 기대를 모으고 있는 어반 판타지(Urban Fantasy) RPG ‘카운터사이드’ 등을 연말까지 순차로 내놓는다. 조직 개편 후 출시되는 라인업이어서 도약의 시금석이 될 지 시선이 쏠린다. 넥슨 측은 “새로운 변화를 발판 삼아, 더욱 좋은 게임 서비스를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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