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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生 상트] ‘16강 실패’가 확정되는 날의 풍경

입력 : 2018-06-21 09:30:00 수정 : 2018-06-21 11: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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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권영준 기자] ‘…’

아무 말도 없었고,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주름잡고 있는 ‘축구 신(神)계’에 가장 가까이에 근접했다는 사나이, 모하메드 살라(이집트)의 모습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머무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19일 저녁 9시(현지시간·한국 시간 20일 새벽 3시)의 풍경은 뜨거웠다.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는 개최국 러시아와 ‘파라오’ 살라가 이끄는 이집트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이 열렸다.

경기 전부터 현장은 시끄러웠다. 바로 어깨 부상 중인 살라의 선발 출전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오전부터 스핑크스 모형의 모자를 눌러쓰고 ‘이집트’를 연호하던 팬들은 “살라가 출전하면 이집트가 이긴다”고 소리쳤다. 이미 1패를 안고 있는 이집트였기에, 팬들은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경기 시작 1시간30분전,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선발 명단을 공개했고, 이 명단에는 살라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살라의 등장으로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경기 시작전 스타디움 주변에서는 러시아, 이집트 팬들이 엉켜 살라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마음속에는 칼날을 숨겼다.

뜨거운 기대 속에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치열하라 것으로 예상했던 경기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러시아의 3-1 승리. 2연패를 당한 이집트는 사실상 16강 탈락이 확정됐다. 살라는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키며 존재감을 나타냈지만, 지난 시즌 ‘신계’에 가까운 기량을 선보였던 때와 확실히 달랐다.

경기 후 취재진이 모이는 믹스트존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러시아 및 이집트 외 전 세계 취재진이 살라를 보기 위해 모였다. 이윽고 이집트 선수들이 등장했지만,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한마디 말도 없이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가장 늦게, 러시아 선수단보다도 더 늦게 나타난 살라 역시 한마디 말도 하지 않으 채 무거운 표정으로 사라졌다.

이러한 풍경은 가까운 미래에 다시 한번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23일 저녁 6시(현지시간·한국 시간 24일 0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와 격돌한다. 앞서 스웨덴에 패한 한국이 이날마저 패한다면 사실상 16강은 물 건너간다.

이날 이집트의 풍경처럼 한국 축구대표팀도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패배가 두려운 것은 아니다. 비난과 조롱을 두려워하는 선수단의 고개 숙인 모습을 보는 것이 두렵다. 대표팀 선수단은 월드컵을 앞두고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이 땀의 대가가 비난과 조롱이 되지 않길 기대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권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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