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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이 없어도, 태극마크가 아니어도…평창 이야기

입력 : 2018-02-21 06:00:00 수정 : 2018-02-21 14: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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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강릉 이혜진 기자] ‘도전’, 그 자체로 참 아름답다.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모든 선수들이 간절히 바라지만, 메달은커녕 올림픽 무대에 초대받는 것조차 쉽지 않다. 때로는 강력한 경쟁자에게 밀려, 때로는 예기치 못한 부상 때문에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정신이야말로 올림픽을 빛내는 묵직한 메시지가 아닐까. 넘어지고 깨져도 다시 일어나 평창을 밝힌 이들이 있다. 잔잔하지만 깊이가 있는, 숱한 시련을 딛고 일어났기에 더욱 마음을 울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주형준 “(이)승훈이 형에게 떳떳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피드스케이팅 주형준(27·동두천시청)은 평창행 막차를 탄 인물이다. 이승훈이 체력안배를 위해 1500m 출전을 포기하면서 예비 엔트리였던 주형준이 기회를 얻었다. 결과는 1분46초65,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혼신의 레이스를 펼쳤기에 웃을 수 있었다. 주형준은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에서 실수 없이 레이스를 펼쳐 만족한다. 후회 없는 경기를 치렀다”면서 “출전권을 양보해준 (이)승훈이형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 주형준은 4년 전 소치올림픽에서 이승훈, 김철민과 함께 은메달을 합작했다. 하지만 평창 무대를 밟기까지의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지난해 봄 주형준은 혈소판 감소증을 겪었다. 당시 병원에서 바로 입원을 권유했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수혈은 물론 스테로이드 주사도 맞아야 했지만, 도핑 문제로 거절했다. 천신만고 끝에 원하던 무대에 선 주형준은 “뜨거운 응원 덕분”이라고 전했다.

◆ 김영아 “올림픽 데뷔전, 어떻게 탔는지 모르겠어요.”

여자 쇼트트랙 꿈나무였던 김영아(26·카자흐스탄)는 2014년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카자흐스탄으로 국적은 바꾼 것. 당시 한국 대표팀 선발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었던 김영아는 카자흐스탄 빙상경기연맹의 제안을 받고 귀화를 택했다. 귀화 관련 행정절차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약에 따라 2년간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가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이번 평창올림픽 출전권도 당당히 따냈다.

생애 첫 올림픽, 그것도 ‘고국’에서 열리는 이번 평창올림픽은 김영아에게 특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다. 앞서 김영아는 “한국 선수 못지않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17일 자신의 첫 종목인 여자 1500m 예선에 나선 김영아는 “어떻게 탔는지 모르겠다. 긴장이 잘 안 풀어지더라”고 웃은 뒤 “생각했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카자흐스탄 생활에 대해서 만족감을 드러낸 김영아는 더 나은 내일을 기약했다.

◆ 이준형 “빨리 돌아가 스케이트 타고 훈련하고 싶네요.”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대들보 이준형(22·단국대)은 선수 아닌 해설위원으로 평창을 찾았다.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눈앞에서 놓쳤다. 1~3차 선발전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던 이준형이지만, 마지막 4차에서 뼈아픈 실수를 범하며 ‘후배’ 차준환에게 티켓을 내줘야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준형은 오히려 차준환에게 힘을 불어주는 등 듬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준형은 “많이 긴장됐을 텐데 잘해줬다. 기특하다. 나라면 무서웠을 것 같다”고 웃었다.

“충격을 많이 받았다.” 선수로 뛰진 못했지만, 평창올림픽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 남자 싱글 경기를 지켜보며 이준형은 “미국의 네이선 첸이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6번이나 시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쿼드러플 점프를 좀 더 연마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목표도 전했다. “끝까지 도전할 것”이라고 운을 뗀 이준형은 “빨리 스케이트 타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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