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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78. 일본 동전 '5엔의 가치'

입력 : 2018-02-06 19:10:35 수정 : 2018-02-06 19: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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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가 개봉한 이후 영혼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없어졌다. 오히려 관심이 더 많아졌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관객 수가 1400만이 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미국 미네소타주 인근에 가면 인상 깊은 문구가 눈에 띤다. 그것은 바로 ‘Discover the sprite’, 즉 ‘영혼을 발견하라’는 뜻이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문구지만 마을 사람들은 항상 이 말을 명심하면서 모든 생물과 무생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런 믿음으로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이는 일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유난히 영혼이 많은 나라 일본은 마을 한가운데에 공동묘지가 있고 구석구석에 신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영혼을 위한 문화가 그대로 보존돼 있는 곳이 바로 일본이다. 일본에는 재미있는 풍습이 있다. 그것은 5엔짜리 동전에 얽힌 습관이다. 5엔은 그대로 읽으면 ‘고엔’이라고 발음된다.

발음상 ‘고엔’은 ‘좋은 영혼'이란 뜻과도 통한다. 그래서인지 일본 신사에 가면 5엔짜리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람들은 5엔짜리 동전을 던지며 ‘좋은 영혼을 만나게 해 달라’ 또는 ‘좋은 영혼에게 도움을 받게 해 달라’고 청한다.

따라서 5엔짜리 동전은 일본에서 소중히 다뤄진다. 5엔짜리 동전을 따로 모아 신사에서 소원을 빌 때 사용하기도 하고, 집에 잘 보관해 주위에 좋은 영혼들만 있도록 기원한다. 지갑을 새로 사도 지폐 대신 5엔짜리 동전을 넣어둔다. 1엔 다음으로 작은 돈이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큰돈인 것. 동전 하나에도 영혼을 불어넣을 줄 아는 일본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인들의 ‘5엔의 지혜’를 보면서 한국에도 이처럼 영혼을 위하는 풍습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나쁜 업을 지어 고생만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동전을 절 시주함에 넣어 자신의 업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업을 안다면 말이다.

예전에 스스로 자기는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사회생활에도 충실한 사람이었다. 알뜰히 모은 돈으로 작은 사업을 시작하여 매출도 빠르게 올라갈 무렵 IMF가 들이닥쳤다. 성공을 눈앞에 두었던 그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고통을 당했고,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법의 판결에 따라야했다.

그러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물놀이하다가 익사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생을 포기하고 폐인처럼 살았던 그는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극복하지 못한 채 하늘만 원망했다. 사랑하는 아들을 사고로 잃고 새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패만 거듭되자 자살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남은 가족들 때문에 차마 죽을 수도 없었다고 한다.

“법사님, 저는 정말 죄지은 것 없이 착하게 살았습니다.” 나는 그에게 “인생은 새벽이슬이나 마찬가지입니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는 “저도 그 말을 골백번도 더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제 인생은 이렇게 망가지고 말았는데요. 왜 내가 이런 일들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자신의 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하늘을 원망하고 ‘왜 하필 나냐’고 따지는 그에게 어쩔 수 없이 전생에 그가 지은 업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현생에 아무리 착하게 살았다 해도 이미 전생에 너무 나쁜 업을 쌓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과보를 당해야만 했던 것. 내가 그의 전생을 얘기하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돌아서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만약 내게 5엔이 있다면 그의 손에 쥐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업은 면할 수 없지만 그래도 무거운 업을 지고 떠나는 그의 인생길에 5엔짜리 동전 한 개가 좋은 영혼을 불러오길 바라면서 말이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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