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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양우석 감독 “정우성, 추레하게 만들려 했지만 실패”

입력 : 2018-01-15 11:27:04 수정 : 2018-01-15 14: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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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김원희 기자] 또 한 편의 ‘문제작’이다. 양우석 감독이 이번엔 남과 북의 관계를 날카롭게 파고들어 들춰냈다.

양 감독의 4년 만의 신작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넘어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북핵’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기에 ‘강철비’는 개봉 전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양 감독의 전작이 ‘변호인’이라는 점 또한 일부의 색안경을 더 짙게 만들었다. 정치적 시선이 아니더라도, 영화가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를 상황의 ‘결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논란이 될 만했다. 모두가 무리 없이 볼 수 있는 무난한 소재와 감정선의 영화로 또 한 번 ‘천만영화’를 노려볼 법도 했지만, 양 감독은 오히려 그 ‘논란’을 노렸다.

양 감독은 관객들이 현재 남북관계서 만들어지는 딜레마를 느끼길 바랐다고. 인터뷰를 통해 “몇 년간 들어온 원색적 비난을 좀 더 듣는다고 큰 영향은 없다. 그 비난과 나의 실제가 일치 됐을 경우 부끄러워야할 일이다”며 “비난을 받고 담론이 만들어진다면 감수할 수 있다”고 의연하게 전했다. 양 감독의 뚝심이 통한 것일까. 치열했던 흥행 경쟁 속에서도 ‘강철비’는 440만 관객을 넘기며 묵직한 메세지를 던지는 데 성공했다.

-북핵이라는 주제에 엔딩장면까지 충분히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다. 이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우려보다는 논란이 건강한 쪽으로 발전 됐으면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북핵이나 북한에 대해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당연하다. 분단 이후 몇 십 년 동안 한쪽에서는 주적으로 삼았고 한쪽에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까지 부르면서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당연히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정상적인 시각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객들이 우리 영화와 만나서 북한이나 북핵에 대해 좀 더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만들게 됐다.”

-일각에서는 색깔론을 바탕으로 한 원색적 비난도 있었다.

“그런 오해가 발생하고 또 그 오해로 인해 비난한다고 하면 영화가 현실로 착각되는 거다. 특히 결말 부분이 제 견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현재 북핵 문제에 있어 해외 국제정세나 외교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보면 네 가지의 경우의 수 뿐이라고 한다. 평화적으로 협상을 통한 비핵화, 전쟁을 통한 무력화, 현상 유지, 그리고 핵균형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넷 중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를 가진 외교 안보 수석인 곽철우라는 캐릭터한테는 영화의 엔딩이 너무나도 당연한 결론이다. 대한민국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은 뭐고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뭐고 그런 것들을 전부 계산기 두드려보고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아사 모사한 평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그 캐릭터의 직업적으로 용납 안 되는 거다. 곽철우라는 캐릭터를 쭉 따라가다 보면 관객들도 충분히 납득하실 거다.”

-전작 ‘변호인’ 이후 ‘강철비’라는 점이 더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변호인’이 처음부터 영화 제작을 의도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먼저 웹툰으로 만들 때 세대 간 전해줘야할 얘기가 있는데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고, 부담스럽지 않고 접근성도 좋은 미디어가 웹툰이라고 생각해 만든 거다. 우연히 영화까지 가게 돼 생각보다 과도한 관심과 사랑 받았는데 ‘강철비’도 먼저 웹툰을 만들었고 10년 넘게 기획한 영화다. 우리에게 필요한 고민이고 상상력이라고 생각했다. 비난 받는 것은 두렵지 않다.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비난 받아서 담론화될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변호인’ 이후 다른 내용의 영화를 택할 수도 있지 않았나.

“‘변호인’ 후 지난 몇 년간은 어떤 선택을 해도, 뭘 해도 난감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잠시 국내를 떠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2년 전부터 이 프로젝트 계획하고 시작하게 됐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SF 장르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모든 SF는 탄탄한 현실 없이는 허망한 결과만 나올 뿐이다. SF 역시 현실과 과거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액션영화가 처음인데, 액션신의 규모도 크고 완성도가 높다.

“정우성 배우가 하면 어떤 액션이든 다 멋있다. 그래서 더 완성도 높게 보이는 것 같다.(웃음) 엄철우의 상황상 캐릭터를 좀 추레하게 만들어보려고 정말 노력 했는데 뭘 입혀놔도 멋있어서 2주 만에 포기했다. ‘대한민국 액션배우’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를 정도로 정우성은 액션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깊다. 그가 하는 액션신은 잘 나올 수밖에 없다.”

-북한 땅굴이나 벙커 등 세트에도 공을 많이 들였을 것 같다.

“벙커 세트장을 만드는 게 제일 힘들었다. 웬만한 건 수집하고 공부하면 자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 북한 벙커 사진은 절대 안 나오더라. 그래서 2차 대전 러시아 쪽이나 냉전시대 동부권 벙커 자료들을 수집했다. 북한도 그쪽 계열에서 핵전쟁을 대비해 만들어진 방공호니까 비슷하게 짓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2013년 ‘변호인’이 첫 작품이고 이후 ‘강철비’다. 사실 신인 감독의 나이는 아닌데 독특한 필모그래피다.

“젊었을 때 영화감독을 꿈꿨다. 그래서 강제규 필름이나 신씨네 등 영화 쪽 관련된 일 계속 해왔다. 영화 쪽 HD 기술을 들여오기도 하고. 그러다 늦었구나 했는데 우연히 기회가 왔고, ‘변호인’을 하게 됐다. 감사하게도 많이 사랑 받아 감히 두 번째 작품으로 찾아뵙게 됐다.”

-쟁쟁한 작품들과 흥행 경쟁을 했다.

“워낙 작품들이 다 좋았다. 관객 입장에선 정말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고 많이 보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좋은 때가 또 있을까 한다. 음식으로 비유하면 한 주 간격으로 잔칫집이 열린 거다. 결들이 전부 달라 겹치지도 않으니 관객의 입장에선 행복했을 거라 본다.”

kwh0731@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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