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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포커스人] KBL 레전드 김주성, 아름다운 ‘이별 여행’이 시작됐다

입력 : 2018-01-03 06:00:00 수정 : 2018-01-02 14: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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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세영 기자] 프로농구 DB의 김주성(39)에게 지난 1일 KCC와의 새해 첫 경기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 경기였다.

김주성은 한국 남자 농구의 ‘전설’이다. 프로 첫해에 신인왕을 수상하며 혜성과 같이 등장했고,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두 번씩 수상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챔피언 반지도 3개나 된다. 아울러 역대 최다 블록슛 기록(1030개)을 보유하고 있고, 통산 득점은 1만163점으로 1위 서장훈(1만3231점·은퇴)에 이어 역대 최다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김주성은 2017∼2018시즌을 끝으로 정든 코트를 떠나기로 했다. 천하의 김주성도 세월을 비켜 가기는 어려웠다. 몇해 전부터 출전 시간이 20분 미만으로 확 줄었다. 올 시즌에는 출전 시간은 평균 13분으로 뚝 떨어졌다.

DB는 떠나는 김주성을 위해 의미 있는 선물을 마련했다. 은퇴 투어다. 1일 홈인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KCC전은 ‘은퇴 투어’의 첫 경기였다. DB는 이날 예고한 대로 선수단 유니폼 왼쪽 상의에 김주성의 이름과 배번 32번을 표기하고 홈 코트 3점 라인 안쪽에 ‘32’를 새겨놓았다.

김주성은 “조용히 떠나고 싶다”고 했지만, 16시즌째 KBL 무대를 빛낸 김주성의 공을 구단이 모른 체할 리 없었다. DB는 김주성의 뜻에 따라 32개의 한정판 유니폼을 제작해 9개 구단 원정 최종전에서 상대 선수에게 전달하고 추첨을 통해 팬들에게도 나눠준다. 이 행사로 마련된 수익금은 대한장애인농구협회에 기부된 예정이다.

김주성은 은퇴 투어 첫날부터 여전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날 DB는 3쿼터 한때 16점차의 열세를 극복하고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특히 DB의 4쿼터 뒷심은 무시무시했다. 이 역전극의 중심에 김주성이 있었다. 김주성은 53-58로 뒤진 4쿼터 시작과 함께 깨끗한 3점포를 적중시켜 역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김주성의 3점포에 기세를 올린 DB는 종료 8분13초를 남기고 두경민의 중거리포로 62-58로 경기를 뒤집었다. 곧바로 두경민의 3점포가 터졌고, 순식간에 점수는 5점차로 벌어졌다. KCC는 막판 추격에 나섰으나, 종료 3분여를 남기고 김주성이 3점포를 터뜨려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김주성은 역전승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김주성은 조용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끈다. 항상 자신보다 동료와 후배를 치켜세운다. 하지만 이날은 절대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DB의 선두 탈환을 이끌며 주인공이 됐다.

제한된 출전 시간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김주성은 5일 잠실 SK와의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전국의 농구팬들을 만난다. “후회 없이 즐기고 가겠다”는 김주성의 아름다운 이별 여행이 시작됐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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