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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의 도쿄이야기] "네 탓이 아냐"… 후배들의 지친 어깨를 다독인 장필준

입력 : 2017-11-20 06:00:00 수정 : 2017-11-20 11: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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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도쿄 이혜진 기자] “이겨도 팀이 이기고, 져도 팀이 지는 것이다.”

16일 한일전에서 석패한 그날 밤. 선수들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투수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맏형’ 장필준(29·삼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스로도 억울하고 분했지만, 그보다는 어깨가 축 처진 동생들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혔다. 결국 휴대폰을 들었다. 투수들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세세하게 공개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한 팀이다. 잘했다고 자만할 필요도 없고, 못했다고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다. 투수는 중요한 자리니 자부심을 갖자’는 내용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컸다.” 당시 장필준의 피칭은 위력적이었다. 4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삼진 3개를 잡아냈다. 그러나 장필준은 고개를 숙였다. 장필준은 “동생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쓰럽더라. 차라리 내가 나가서 맞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대표팀 소집 후 처음 하루 이틀은 어색하기도 했는데, 누구 하나 모난 사람 없이 착하더라.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동생들이 큰 힘이 됐다고 말해주니 너무 고맙다. 사실은 내가 동생들에게 큰 힘을 얻고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대회기간 내내 주변에선 장필준에 대한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며 마운드에 활기를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바쁜 가운데서도 옆 사람을 챙기는 등 듬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일례로 장필준은 인터뷰 도중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요청했다. 다름 아닌 KBO 관계자들을 향한 고마움이었다. 장필준은 “스태프들께서 정말 너무 애써주셨다. 우리는 안타 치면 안타 쳤다고 칭찬받고, 잘 던지면 잘 던졌다고 칭찬받는데, 그들의 노고는 보이지 않지 않나. 일일이 맞춰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고 전했다.

장필준은 꽤 먼 길을 돌아 KBO리그에 입성했다. 야심차게 도전했던 미국행에 실패했고, 이후 팔꿈치 수술까지 받았다. 그만큼 야구에 대한 자세가 남다르다. 사뭇 진중하다. 장필준은 “이게 내 직업이지 않는가. 먹고 사는 길인데, 진지하게 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사에 진지하려 하고, 조금이라도 더 하려한다. 하늘도 감동해야 조금이라도 도와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웃어보였다. ‘벌써부터 내년 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는 말엔 “그렇게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건 그때 가 봐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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