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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50. 알다가도 모를 부모·자식 관계

입력 : 2017-10-29 19:06:17 수정 : 2017-10-29 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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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전생의 채권자라고 여러 차례 말한 바가 있다. 채무자는 빚이 있으니 채권자에게 돈을 갚아야하고 마음 아픈 일을 당할 수 있다. 그래서 알고 당하고 모르고 당하는 것이 부모 자식 간이다. 갚아도 끝이 없을 때가 있고 때로는 트라우마 때문에 고생하기도 한다.

얼마 전 ‘자식을 유괴했으니 돈을 보내라’는 보이스 피싱 전화에 깜빡 속아 300만 원을 사기당한 아주머니가 있었다. 자식은 군대 복무까지 마친 성인이었는데도 그런 황당한 속임수에 당한 것이다. 왜 그랬는지 물어보니 어릴 적에 한번 잃어버렸다 찾은 적이 있는데, 그때의 악몽 때문에 전화 받자마자 속임수다 싶으면서도 앞이 깜깜해지고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는 것이다.

부모는 전생의 업을 힘들게 갚아나가는데 채권자인 자식들은 그 도가 지나쳐 패륜의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골프장에서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 지인은 자신이 겪은 일이 다소 황당하다며 말을 꺼냈다. 어느 날 지인은 일행들과 필드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열심히 따라오고 있던 팀이 있었다고 한다.

4명인 그 팀은 형제간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형제들이 우애 좋게 모두 모여 저렇게 필드에서 즐기기란 매우 드문 일이라며 부러워했다. 필드에 나올 수 있는 것은 경제적 여유만 있다고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도 있어야하고 무엇보다 서로 마음이 맞아야하지 않던가.

사람들은 ‘저렇게 우애 있는 자식들을 둔 부모는 얼마나 흐뭇할까’ 한 목소리로 4형제를 요즘 보기 드문 효자들이라고 칭찬했다. 그런데 지인의 눈에 이상한 장면이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네 사람 모두 말 한마디 없이 굳은 표정이었다. 즐거워야 할 운동이 매우 심각해보였다.

그런데 볼수록 기이한 광경이 벌어졌다. 공이 벗어나면 국제 경기처럼 철저하게 벌타를 주고, 공이 놓였던 위치를 두고 실랑이도 벌였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한 타 한 타 신중했다. 아무리 재미삼아 내기를 해도 그렇지, 저렇게 살벌하게 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것도 형제들끼리 말이다. 얼마 후 지인은 형제들이 왜 그렇게 살벌하게 코스를 돌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나서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내기 골프이기는 한데 그 내기의 목적이 문제였다. 진 사람이 부모님 모시기라는 것이었다. 순간 지인은 기가 막혔다. 형제들이 서로 부모를 모시지 않기 위해 저렇게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니.

우리 사회가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 왔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이 효자’라고들 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나 봅니다”라며 지인은 씁쓸해 했다. 마음 없는 형식적인 효도라면 자식이라도 차라리 안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대학을 보내고, 결혼도 시키고, 직장까지 알선해줘도 그것이 끝이 아니다. 잊을만하면 도와달라고 손을 벌리거나, 문제를 일으키곤 해결도 못하고 나몰라라 한다. 그러다 결국은 부모를 서로 안 모시려고 형제간에 내기 골프나 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식이라고 반드시 빚쟁이만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분도 얼마 안 돼 가슴을 치며 나를 찾아오고 말았다. 그렇게 착하고 말 잘 듣던 자식이 대형 사고를 쳤다고. 말하자면 두고두고 쌓은 빚을 한 방에 받아간 셈이다.

“빚쟁이라는 사실을 알면 됩니다. 그걸 알면 적어도 자식 원망은 안하잖아요. 그러니 한 방에 당하지 말고, 전생의 업을 조금씩 갚으세요. 그런 면에서는 평소에 말썽피우는 놈이 효자인 것입니다.” 어쩌다보니 나도 이런 말까지 하게 됐다. 그런데 요즘 자식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자식은 채권자이면서 인질범이기도 하다는 생각.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인연에 묶였다는 생각 말이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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