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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39. 기적을 부르는 간절함

입력 : 2017-09-12 19:21:45 수정 : 2017-09-12 19: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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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불가에는 린포체라는 말이 있다. 전생의 업을 이어가기 위해 몸을 바꾸어 다시 태어난 불가의 고승을 말한다. 환생을 하게 되면 전생을 기억할 수도 있는데 만약 전생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다면 행운일까, 불행일까. 이승을 떠날 때 모든 기억들이 지워지는 것은 다시 태어날 때 혼란스럽지 않기 위함이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혼란스러우면 결코 행복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생을 기억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지난 5월 ‘2017 모스크바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인도 라다크 사원에서 버림받은 어린 린포체 앙뚜가 자신을 돌봐준 노스승과 함께 전생에 머물던 사원을 찾아 티베트로 떠나는 여정을 담은 영화다. 인도와 히말라야를 넘는 풍경은 아름다운데 그 여정이 무척이나 가슴 아프다.

어린 승려 ‘앙뚜’는 티베트 캄 사원에서 수도승으로 살았던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다. 몸을 바꿔 다시 태어난 고승 ‘린포체’로 지명 받고 자신의 사원이 있는 티베트로 먼 여정을 떠나지만 중국에 의해 국경이 가로막히게 되면서 ‘앙뚜’는 어쩔 수 없이 라다크 사원에 머무르게 된다. 이제 9살이 된 린포체 앙뚜는 노스승에게 말한다. “전생의 기억들이 점점 흐려지고 있어요.”

동양에는 환생에 대한 이야기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윤회에 대한 깊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서양에는 많지는 않지만 전생을 기억하는 일들이 가끔 기사로 나오곤 한다. 1971년 미국 ‘먼슬리 타임스’ 지에 전생에 자신을 죽인 살인범을 피해자가 환생해 체포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 주인공은 스페인에 살고 있는 카토르스 부부의 아들 ‘보온’으로 나이가 3살이다.

1971년 6월 28일 아침, 보온이 마당에서 뛰어 놀다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나는 전생에 ‘가르시아’란 사람이었는데, 복수를 위해 다시 태어났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여기서 90㎞ 떨어진 파우드가 마을에서 살았습니다. 믿어주세요.” 보온의 말에 카토르스 부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정성껏 키워온 아들이 갑자기 미친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보온은 “5년 전에 두 괴한에 의해 어머니와 누이가 살해당하고 그들과 맞서 싸우다 자신도 칼에 찔렸습니다. 괴한과 싸우는 과정에서 큰 화병을 들고 한쪽 뺨에 상처가 있는 괴한의 머리를 쳤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라고 했다.

말이 끝나자 보온은 종이 위에 범인의 얼굴을 그렸다. 도저히 세 살짜리가 그린 그림이라고 볼 수 없는 완벽한 몽타주였다. 카토르스 부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파우드가 마을의 일가 살해사건을 조사했고 보온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확인한 뒤, 잘 아는 형사에게 보온의 몽타주를 보여줬다. 그러자 형사는 “이거 폴도의 얼굴이잖아!”라고 단번에 알아보았다.

흉악범인 폴도가 현재 수배 중이라고 하자, 보온은 마드리드 시내에 있는 폴도의 은신처까지 자세히 설명해줬다. 경찰은 보온이 가르쳐준 곳을 기습해 폴도를 체포할 수 있었다.

폴도의 자백 소식을 듣자 보온은 “이제 모든 게 끝났어”라고 말하며 한참을 울더니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다시 깨어났을 때 그는 가르시아도, 파우드가 마을도, 폴도도 모르는 세 살짜리 카토르스 부부의 아들로 돌아와 있었다.

아무나 전생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간절함이 전생의 망각된 기억들을 다시 되살아나게 하는 것이다. 특히 어린 아이가 전생을 기억하는 것은 기억이 지워진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간절함이 다했을 때 전생의 기억들은 사라진다. 린포체 앙뚜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다. 그래서 하늘을 보고 전생의 기억들이 점점 사라짐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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