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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브이아이피', 韓 느와르의 신세계… 이종석의 욕심이 고맙다

입력 : 2017-08-23 10:19:19 수정 : 2017-10-18 16: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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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한국 느와르의 새 장을 열었다. 여태껏 본 적 없는 전개다.

국정원, 경찰, 간첩은 충무로의 단골 소재다. 익숙한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브이아이피’(V.I.P.)는 이 익숙한 재료로 새로운 맛을 만들어냈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을 그린다. 그리고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등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네 남자의 이야기를 빠른 스피드로 쫓는다.

김광일(이종석)은 북한 권력자의 아들, 즉 로열 패밀리다. 부와 명예, 유학의 기회까지 누린 배경은 그의 화려한 태생을 증명한다. 김광일에게 살인은 취미이자 놀이. 자신에 눈에 띈 여성을 잔인하고 잔혹하게 죽인다. 가족까지 몰살하며 살인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그를 보자면 괴물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이 살인마가 국정원과 CIA의 필요에 의해 남한에 입국했다. VIP로 불리는 기획 귀순자가 된 것. 몸을 사려야하는 때에도 그의 놀이는 계속 된다. 그가 온 후 남한에서는 북한과 같은 방식으로 죽음을 당한 여성의 시체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그렇게 김광일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됐다. 

사건을 맡은 채이도(김명민)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김광일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소용없다. 증거를 바탕으로 그의 손목에 쇠고랑을 채워도 김광일은 매번 채이도를 비웃으며 유유히 빠져나간다. 김광일의 사건을 은폐해야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채이도에게 도움을 주겠다며 나타난 리대범. 북에서 김광일의 연쇄살인사건을 밝히려다 보복성 좌천을 당한 평북 보안성 소속 공작원이다.

‘브이아이피’는 ‘신세계’로 느와르 신드롬을 일으킨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박 감독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과 ‘신세계’의 연출을 맡아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의 문제를 비틀어보여준 데에 이어 이번에는 기관들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해관계에 대해 생각케한다.

더불어 ‘브이아이피’는 박 감독의 이유있는 고집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한국형 느와르와 결을 달리 한다. 하나의 사건을 쫓다 석양을 등지고 담배를 맞대는 남자들의 브로맨스라던가, 온 몸을 문신으로 뒤덮고 화려한 프린트로 시선을 사로잡는 조직폭력배들이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이 없다. 네 명의 인물들이 계주를 하듯 앞만 보고 달린다. 서로를 잇고 있는 팽팽한 긴장감과 묘한 동질감이 이를 대체한다. 더불어 영화는 5가지 챕터로 나누어 진행된다. 그럼에도 몰입도가 깨지지 않은 것은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이라는 걸출한 배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대 이상의 연기와 이미지 변신을 이룬 이종석의 열연이 빛난다. 이런 연기 욕심은 백번 옳다. 23일 개봉.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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