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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33. '행복 바이러스' 가 되자

입력 : 2017-08-22 18:59:50 수정 : 2017-08-22 18: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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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공, 개구리, 주식시세의 튀는 방향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것만큼 난해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인간의 마음 아닐까한다. ‘정(情)’이란 글자를 음미해보면 마음의 행로를 가늠해볼 수 있다. ‘정’은 본래 ‘성(性)’에서 갈라져 나왔다. 마음(心)이 생겨(生) ‘순수하게 타고난 성질대로의 인간 마음’을 ‘性’이라 하고, ‘性’이 밖으로부터 자극받아 드러나서 일어나는 마음, 예컨대 감정(感情)을 특별히 ‘정(情)’이라고 하였다.

감정은 물리학의 작용과 반작용처럼 정확히 대칭을 이룬다. 희노애락을 찬찬히 더듬어보면, 마음이 일어난 자리엔 반드시 그 반작용이 후폭풍처럼 수반된다. 이른바 음양의 균형이다.

‘친절’ 하면 세계에서 일본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인들은 기분이 상해도 웃는 낯으로 상대방을 대한다. 그리고 그들의 준법정신은 세계적이다. 아무리 후미진 주차장이라도 주차선을 밟거나 비스듬하게 주차된 차를 찾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반작용의 짙은 그림자를 근대사에서 찾을 수 있다. 역사상 유례없이 잔인한 남경대학살과 수많은 침략전쟁이 그 이면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전쟁에 대해 가해자의 모습은 감추고 마치 피해자인 척 행동하고 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은 근세 제국주의 전쟁의 주역이었고, 매너와 준법의 나라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대학살로 악명 높았다. 그래도 기회가 될 때마다 반성의 모습을 보이고 있고 아픔을 함께 하고 있다. 인간이 표방하는 도덕은 양심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할 것이다.

인종 전시장 뉴욕의 거리에서 사람이 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졌을 때 깔깔대고 웃는 구경꾼이 있다면 그 사람은 한국 사람이라고 한다. 시민의식이나 매너 시각에서 본다면 우리 민족성은 ‘남의 불행에 즐거워하고,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지적에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러나 겉으로 무질서하고 매너 없이 보여도 본심마저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인은 비교적 마음이 맑고 속정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전란이나 광주민주화운동 같은 혼란기 때 불의에 항거하고 자신도 어려우면서 서로 양식을 나누며 고통을 함께 했다. 미국에서 폭동이 날 때마다 약탈과 방화, 살인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과는 비교된다. 종교와 매너, 공중도덕을 강조하는 선진 시민의식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잔병치레가 잦은 사람이 오래 살고 건강하던 사람이 한번 쓰러지면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처럼 감정을 쌓아두지 않고 적절하게 처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구명시식을 앞두고 한 부인영가가 홀연히 나타나 기이한 부탁을 했다. 자신의 구명시식에 다른 식구들은 몰라도 남편만은 절대 참석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 부인영가는 생전에 순종하는 현모양처였다는 사실에 다소 의아해했다. 그 부인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군말 없이 가부장적인 남편의 수발을 다했었지만, 이제 죽어서까지 그러고 싶지 않다며 얼굴도 보기 싫다고 했다. 한 평생을 같이 산 부부로서 많은 교훈을 남긴 사례였다. 현모양처라는 미덕이 가슴에 쌓여 악덕이 된 것이다.

전도사라는 이름으로 미덕과 도덕을 외치는 사람들의 사소한 면면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는 웃지 못하면서 남에게 미소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은 행복하지 못하면서 남에게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미소 속에 감춰진 ‘살인적 미소’와 ‘살인의 미소’를 왜 구분해야하는지 안다면 서비스업이 발달한 도시일수록 상대적으로 범죄가 많은 현상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화를 낸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어긋날 수 있지만 양심에 있어서는 진실한 것이다. 현모양처의 허울 속에서 세월을 보냈던 부인영가의 후회처럼 자신이 먼저 행복해야 한다. 온실 속의 화초보다 들판의 야생화가 더 진실한 것은 스스로 향기를 내고 있음이 아니겠는가.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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